尹, 日 이시바와 첫 회담…"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은 사명"(종합)
by박종화 기자
2024.10.10 21:38:26
라오스서 이시바와 상견례
이시바 "한일 공조 역내 평화·안정에 중요"
대통령실 "한·미·일 협력 강화 위해 계속 협력"
과거사 문제는 논의 안 돼
[비엔티안(라오스)=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셔틀외교(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가면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를 포함한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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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임 기시다 총리에 이어 (이시바) 총리와도 셔틀외교를 포함한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한일 관계 발전을 함께 도모해 나갔으면 한다”며 “특히 다가오는 2025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양국 관계의 희망찬 미래상을 제시하고 양국 국민들이 양국 관계 도약을 체감할 수 있도록 총리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오늘날의 전략 환경 하에서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공조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말한 셔틀외교도 활용하면서 대통령님과 긴밀히 공조해 나갈 수 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양호한 양국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양국 국민의 교류와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며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 계기에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그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회담은 이달 1일 이시바 총리가 선출된 지 9일 만에 이뤄졌다. 돈독해진 한·일 관계를 보여주는 자리란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시바 신임 일본 총리 취임 직후 첫 회담을 개최하여 긴밀한 한·일, 한·미·일 협력 관계 유지·발전의 기초를 공고화했다”고 이번 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안보·경제 문제를 두루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 등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안보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왔음을 평가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양 정상이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기로 했다”고 회담 내용을 전했다. 또한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협력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강화되었음을 평가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한·미·일 협력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게 대통령실 전언이다.
구체적인 한·미·일 협력 강화에 관한 논의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대선이 있고 한·미·일 정상회의라든지 기존의 캠프 데이비드 협력 메커니즘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11월 미국 국내 정치 일정(대선) 이후에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한·일 양자 차원에서는 그 말씀은 아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10월 일본 총선,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선 수소와 암모니아, 양자 등 첨단 기술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사전 입국심사 등 입국 절차간소화에도 속도를 내리고 했다. 과거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지한파(知韓派)로 꼽히는 데다가 한·일 관계 개선 주역이자 이시바 총리의 당선을 도운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의 정책적 영향력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유착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도 이날 한·일 공조가 역내 평화·안정에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셔틀외교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가운데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윤 대통령의 국빈 방일이 물살을 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은 국빈 방문한 건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이 지금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선거 이전에 서로 고위급 교류에 대해서는 말씀을 제안하거나 나누는 것이 좀 조심스러워서 그것(국빈 방문)은 10월 이후에 제기 가능한 이슈로 남겨두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