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지표 좋은데 서늘한 서민 체감경기..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점검
by이진철 기자
2018.05.28 18:24:14
文대통령 "거시지표와 국민들 체감 큰 간극 있을 수 있어"
1분기 가계 소득격차 역대 최대.. 체감실업률 악화 지속
靑,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최저임금 속도조절 논의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최근 우리 경제가 거시지표와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수입을 늘려주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내세웠지만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감실업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으로 외식비 등 생활물가가 상승하면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실효성 논란이 부쩍 가열되는 모습이다. 정부도 최근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서민 체감경기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에 관한 거시 지표와 국민들의 체감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도 체감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1.1%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2%로 35개 회원국 중 34위를 기록했다가 올해 1분기에는 순위가 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목표한 3%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수출이 18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지만 이는 지난해 4월 수출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탓이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는 전년 동월보다 37% 늘어난 97억8000만달러를 수출해 역대 2위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반면 국내 고용시장의 한파는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업자는 2686만8000명으로 작년 4월보다 취업자가 12만3000명에 늘어나는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규모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올 1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소득 격차는 5.95배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상위 20% 고소득 가구 월소득이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한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128만67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8%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소득하위 20% 가구주 중 70대 연령층 이상 고령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에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영향인지는 면밀히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고령화 때문일 수도 있고, 경기 요인일 수도 있고, 도소매 숙박 음식 업종, 일용직 고용이 많이 줄었을 수도 있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29일 열리는 주요 경제부처 수장들이 참석하는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는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서민들의 체감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에 대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생산성과 임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이 올해 16.4% 인상됐는데, 인상률이 제법 돼 고용이나 소득, 임금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생각이 일부 있다”면서 “경제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가 있지만, 최근 고용지표나 체감실업률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