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길어지자…자영업자도 '알바생'도 "한숨"
by박순엽 기자
2020.03.02 16:44:33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자 인근 업소 손님 뚝 끊겨
음식점 고객 수 32.7%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근무 시간 줄어든 알바생은 덩달아 '생활비 걱정'
[이데일리 박순엽 김은비 기자] “지난주 일요일 매출이 10만원이었는데, 고작 이거 벌어선 가게 임대료랑 직원들 임금도 못 줘요.”
인천 부평종합시장 인근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업주 김모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지난달 23일 인천시가 발표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부평종합시장이 포함되면서 최근 매출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매장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들의 근무시간을 줄였다.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 달 넘게 이른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식당, 커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난 한 달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당장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해고하기 시작하자 아르바이트생 등 또 다른 취약계층도 생계가 곤란해지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 지난달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종합시장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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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 40여일이 지나면서 식당과 커피 전문점 등을 찾는 대중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이나 회식 등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국외식산업연구원·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조사’에서도 업소 600곳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전과 비교해 음식점 고객 수는 평균 32.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손님이 줄어들다 보니 매출 역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강원도 원주시의 혁신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업주인 김정동씨는 “평소 직장인 단체 회식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공공기관·기업 등에서 회식을 줄이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최소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며 “인건비나 음식 재료비도 안 나올 정도로 힘들지만, 일단 직원들에겐 함께 버텨보자고 말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나간 이동 경로 주위에 놓인 식당·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손님이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자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분식집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양승엽(43)씨는 “하루에 두세 팀 정도 오는 수준이라 가게 문을 열어도, 닫아도 모두 손해”라며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두 명 있었지만, 당분간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학 개강이 늦어지면서 대학가 인근 식당·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경남 김해시 인제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황민규(27)씨는 “요새 주변 가게에선 오후 10시만 돼도 문을 닫고, 그나마 우리 가게만 문을 열고 있는 편인데도 평균 매출이 4분의 1 토막 났다”면서 “개강이 늦어지면서 안 그래도 비수기가 길어졌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설상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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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자 시간제 근로자들의 근심도 함께 늘고 있다.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인건비 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매달 들어오는 임금으로 생활비 등을 충당해 왔던 일부 시간제 근로자들은 당장 다음 달 일상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김모(26)씨는 가게 측 요청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였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주휴수당 문제로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며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는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처지에서 당장 생활비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
또 혹시나 일하는 업소에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매출이 감소해 업소 문을 닫을까 우려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독서실 아르바이트생 김모(29)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독서실에 새로 등록하는 사람이 없고, 기존 이용자들은 이용을 중지하고 사용 기간을 연기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줄어 독서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시간제 근로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단순히 매출 감소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해고하는 행위는 현행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간접적 영향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휴업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비율을 높이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