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정보’가 신용정보인가?..은근슬쩍 금융위에 IT업계 반발
by김현아 기자
2020.08.19 18:59:18
인기협과 쇼핑협회, 전송요구권에 쇼핑정보 넣은 금융위 비판 성명
11번가, 이베이, 신세계 등 대혼란 야기
보도자료와 다른 시행령 공포한 금융위
IT 업계, 2021년 2월 4일 시행전 시행령 고쳐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개인이 동의할 경우 은행이나 카드, 통신회사 등의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 내게 꼭 맞는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금융위원회가 금융사업자나 전자금융업자(핀테크업체)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해야 하는 신용정보의 범위에 ‘쇼핑 정보(주문 내역 정보)’를 넣어 논란이다.
주문 내역 정보란 개인이 쇼핑을 통해 구입한 운동화나 사이즈, 색깔 등을 의미하는데 그 자체로 개인 신용정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위가 최근 공포한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전송 대상으로 명기된 것이다.
금융위 시행령에 따르면 자체 간편결제를 운영 중인 오픈마켓이나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쇼핑 정보를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전송해야 한다.
하지만 쇼핑 정보는 계좌 정보(은행), 결제 정보(카드), 납부 정보(보험), 투자 정보(증권) 등과 달리 신용 정보가 아니어서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위가 사기업간 데이터 확보 전쟁에서 원칙 없이 금융권의 이익만 보호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사)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전자금융업체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의무 전송해야 하는 정보 범위에 ‘주문 내역 정보(쇼핑 정보)’를 은근슬쩍 끼워 넣었다고 금융위를 비판했다.
두 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①최초 입법예고 때 없던 내용이 갑자기 추가되면서 재입법 예고를 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가 있고 ② 추가된 내용(주문내역 정보를 전송 의무화 정보로 한 점)이 신용정보법 체계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입법예고 이후 예고내용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하는데, 갑자기 전송 의무 대상에 주문 내역 정보가 포함되면서 간편결제 업체나 오픈마켓(전자금융업으로 등록된 경우)도 의무를 지게 된 만큼 중대한 변경이라는 의미다.
이 규정대로라면 ‘SK페이’를 운영하는 11번가의 쇼핑 정보, ‘스마일페이’를 이용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쇼핑 정보, SSGPAY를 활용하는 신세계 등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쇼핑정보를 넘겨야 할 판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원과 이야기 중인데 시행령이 공포될 때까지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는 7월 28일 시행령 개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도 “신용정보법은 금융거래정보 등 ‘신용정보’를 다루는 법률로 원칙상 IT기업 등이 보유한 일반 개인정보는 전송요구권 대상정보가 아니다”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주문 내역 정보’를 전송요구권 대상에 포함한 시행령이 어떤 과정에서 나왔는지 논란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 관련 규정의 시행일은 2021년 2월 4일”이라며 “이제라도 신용정보법 시행령을 법체계에 맞도록 개정해야 정보주체의 금융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도입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