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00일]사상초유 온라인개학…"원격교육시대 본격화"

by신중섭 기자
2020.04.27 17:45:34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840만명 원격교육`
교육계, 코로나19 이후 블렌디드·플립 러닝 활성화 전망
"디지털 격차로 인한 양극화 방안·정부 지원 등 필요"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오는 28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째를 맞게 된다. 코로나19 대응에 각계가 분주했지만 특히 교육계는 짧은 기간 대격변을 겪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전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진행하는 등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던 길을 가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온라인 개학식이 열린 16일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텅 빈 교실에서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통해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고 있다. 이날 전국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등 총 312만여명이 개학을 하고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미래교육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학급 운영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온·오프라인 교육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온라인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 수업으로 토론을 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 양극화 대안 마련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생 약 540만명, 대학·대학원생 약 300만명 등 840만명이 `원격수업`으로 새 학기를 맞았다. 6·25 한국 전쟁 당시에도 천막 아래서 수업을 진행했 듯 코로나19 여파로 천막이란 공간 대신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수업을 진행한 셈이다. 교육계는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인한 학교 현장의 이번 변화를 미래교육의 디딤돌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부터 시작된 원격교육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대학들은 원격수업 학점 상한(20%)에 전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에 인프라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유례 없는 전 강의 온라인 화(化)에 학교는 부랴부랴 서버 구축과 기자재 마련에 나섰고 교수들은 강의 제작에 쩔쩔 매야 했다. 결국 일부 대학들은 3월 16일 온라인 강의를 시작과 동시에 서버다운을 겪고 강의 질 문제가 지적됐다.

이러한 현상은 3주 가량 뒤인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초·중·고에 그대로 옮겨붙었다. 교육부는 네 차례 개학 연기 끝에 고심을 거듭하다 이달 9일 중·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단행했다. 4월 16일에는 중·고 1~2학년과 초 4~6학년이, 20일에 초 1~3학년이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마찬가지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고 교사들은 경험이 없었다. 결국 1, 2차 개학에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 모두 접속 장애를 일으키며 학생들은 불편을 겪었다.

일부 학생은 스마트 기기나 인터넷 등이 없어 원격 교육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혼란을 겪는 등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 양극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학습해야 하다보니 학생들의 집중력 문제도 불거졌다. 아울러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EBS 강의 주소를 링크해 시청하게 하는 교사도 생겨나면서 수업의 질 차이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험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을 보완해 코로나19 상황 종료 후 활성화 될 `온라인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평소 아무리 수영을 배우라고 해도 힘들다고 배우지 않다가 홍수가 나니 어떻게든 수영을 배우게 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막상 배워보니 재밌고 좋은 점도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 활용은 계속해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대부분 자신만의 온라인 학급을 만들게 됐다”며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교사들이 효과를 깨닫고 학습 전 사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스말로그(스마트와 아날로그의 합성어)` 교육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번 4차 산업혁명 이후의 교육을 논했지만 말만 있었지 투자는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버 증설과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구글 클래스룸 등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우리나라 에듀테크 산업 발전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 후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교육을 통해 뛰어난 아이들은 더 뛰어나게 되는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온라인 수업을 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은 별도 교사 지도를 받는 등 섬세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의 경우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강의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온라인으로만 한정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를 융합한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 등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학 대부분은 현재 민간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확장된 서버를 갖추고 표준화된 학습관리시스템(LMS)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