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청문회, 제도 손질 필요

by김영환 기자
2016.12.15 16:42:58

김성태 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정윤회, 박관천 등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국회 경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된 인물들의 불참이 잇따르고 있다.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참하고 국회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청문회가 알맹이 없는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청문회에도 채택된 30명 증인 중에 11명이 불참해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불참자 중에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정윤회씨나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핵심 증인인 박관천 전 경정 등도 포함됐다. 청문회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선 1~3차 청문회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1차 청문회에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의혹을 풀어줄 박원오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이 나오지 않았고 2차 청문회에는 이번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순실씨,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우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 등이 참석을 거부했다. 3차 청문회에도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과 대통령에 주사 처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조여옥 간호장교도 불참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문회는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새로운 비위 사실을 캐내기보다는 지엽적인 사실 확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청문회 위원들의 준비 부족도 문제다. 방대한 자료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자료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질문보다는 의혹 제기나 언론 보도 내용을 다시 살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청문회 수확 중 하나로 꼽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언 번복을 이끌어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영상 자료 공개도 네티즌의 제보로 이뤄졌다.



증인들이 위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도 청문회를 진실게임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위증을 하게 되면 국회모욕죄로 간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대부분 무혐의를 받거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쳤다. 김 전 실장이 위증 의혹이 불거지자 “착각했다”고 정정한 것도 ‘오해 내지 착각에 따른 진술은 위증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청문회에서 결점이 부각된 만큼 법안 개정을 통해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증인 불출석시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 처벌만이 가능하도록 한 ‘우병우 방지법’을 발의했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증인이 고의로 동행명령을 거부한 때에 법원에 증인의 구인을 요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