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장관 "전력수급 이상無..원전 서둘러 재가동 '오해'"

by정태선 기자
2018.07.25 15:47:15

"원전, 비싸고·안전성 떨어져..탈원전 네거티브는 억지"
"피크타임 변화, 태양광 영향..에너지전환 정책 효과"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우리 산업의 도전과 과제 ‘산업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예상을 빗나간 재난 수준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예비전력은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전력부족으로 원전을 서둘러 재가동했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운규 장관은 25일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현재 전력 예비력은 충분한 수준”이라며 “예비력을 무작정 늘릴 경우 전기요금인상요인이기 때문에 적정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올여름 수급대책을 준비할 당시엔 기상청이 7월 기온을 평년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예상과 달리 장마가 일찍 끝나고 폭염이 일찍 시작했다”면서 빗나간 전력예측에 관해서는 시인했다. 하지만 이상 기후에 따른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전력 공급력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력예비력은 곧 비용이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기 때문에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예비력은 보험료나 마찬가지라서 많을수록 보험료를 더 비싸게 내야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700만kW 정도의 예비력을 확보하려면 1GW급 대형화력발전소 7개 규모인데 발전소 1개 짓는 비용만 2조원, 7개를 확보하려면 14조원이 필요하다. 백 장관은 “전날 전력 예비력이 760만kW였다”면서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인 500만kW에 비하면 아직도 260만kW, 대체적으로 원전 2.5대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폭염이 지속되면 여름철 피크는 대부분 기업이 조업에 복귀하는 8월 2주차로 예상한다”며 “최소 100만kW 규모의 추가 공급능력이 확충돼서 피크시에도 수급관리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화력발전기 3기가 8월 둘째 주까지 추가로 들어오면서 공급능력이 100만kW 증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요감축요청(DR)을 통해 420만kW의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발전기 출력 향상 등 다른 수단을 포함하면 총 680만kW의 예비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수요를 9300만kW, 예비율을 6.8%로 전망했지만 폭염 기세가 잠시 누그러지면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최대전력수요도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5시(오후 4∼5시 순간전력수요 평균) 전력수요가 9040만kW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전날의 9248만kW보다 208만kW 줄었다. 오후 5시 기준 공급 예비력은 890만kW, 전력예비율은 9.8%를 나타냈다.



백 장관은 전력부족을 우려해 원전을 서둘러 재가동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이번 폭염으로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정비 기간을 조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원전을 포함한 모든 발전소의 정비일정은 하절기에 맞춰 지난 4월부터 이미 확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원전 정비·재가동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등 절차가 필요한 일이라 정부가 급히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이 현재의 전력수급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백 장관은 “이번 정부에선 월성 1호기가 폐쇄되고 추가적으로 건설되는 원전이 4기라 모두 3기의 원전이 더 건설된다”면서 “장기적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력수요 피크타임이 기존 오후 2~4시대에서 오후 5시대로 변경됐는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태양광 설치가 늘어난 효과”라고 분석했다.

백 장관은 정부가 원전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원자력이) 예전에 값싼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했었지만 2011년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안전 규정을 높이기 시작했다”면서 “그만큼 발전 비용이 높아졌고,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처리 비용도 함께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이 떨어졌다. 그는 “그동안 값쌌던 원전은 더 이상 값싸지 않다”면서 “미국은 2022년쯤, 영국은 2025년에 원전이 석탄보다 비싸지고 우리나라는 2028년에 비싸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건설하는데 10년쯤 걸린다고 보면 가동시점에는 이미 석탄보다 비싼 발전원이 되는 것”이라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 처리도 이미 포화상태에 있고, 경주·포항 지진 등 원전 밀집 지역의 안전성이 크게 우려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어 기업에 대한 수요감축요청(DR)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는 기업들이 휴가를 앞두고 조업에 집중하는 만큼 DR 시행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