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첨단칩 中수출 검토…삼성·SK 2차 수혜 기대

by조민정 기자
2025.12.01 17:41:40

美 H200 수출 허용 만지작…HBM 수혜 기대
엔비디아, 中 매출 '0'…점유율 상승만 남아
수출 규제 관건…中 기술 약진 견제 가능성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얼어붙은 미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2차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고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으로 본격 수출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기술 약진을 견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AI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의 중국 수출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중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나온 논의다. 무역전쟁을 지속한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회복하고 일부 무역 완화를 이뤄내며 물꼬를 틀 수 있을 변곡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출시한 H200은 현재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H20 성능의 두 배에 달한다. H20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만든 저사양 AI 반도체다. 이에 반해 H200은 지난 세대 아키텍처인 ‘호퍼’를 적용한 AI 반도체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인다.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인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다소 뒤처지지만 H20과 비교하면 한 세대 높다.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탓에 엔비디아의 중국 내 AI 칩 매출은 사실상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H20의 수출을 중단한 뒤 3개월 후 중국 판매를 재개했지만 중국 내에서 자국 칩을 채택하는 기조가 강해진 탓이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최신 저사양 칩인 B30A 역시 지난달 수출길이 막혔다.



중국 시장은 잠재력이 큰 만큼 엔비디아가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경우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H200 1개에는 5세대 HBM3E가 6개 들어간다. B30A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HBM3E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는 특히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의 최신 AI 반도체 구매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수출이 가능해질 경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기술 약진도 견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AI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미국의 무역 제재를 꼽고 있다. 첨단 제품 수입이 어려워진 탓에 국내 ‘자체 생산’에 대한 의지가 높아진 것이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에 HBM이 유입되고, HBM의 중심에 우리 기업들이 있는 형태로 가면 시장이 더 커지면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