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3분기 환율 1300원 초반까지 하락…4분기는 반등”

by이정윤 기자
2025.06.10 16:51:02

약달러·환율 협상·신정부 기대감에 ‘원화 강세’
새 정부 ‘추경 편성’…외국인 자금 유입 높여
AI 투자·감세·규제 완화에 연말 美경기 회복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미국 달러화 약세와 한미 환율 협상, 신정부 기대감으로 3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대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4분기에는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환율도 반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키움증권이 10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환율은 미 달러화 약세,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의 원화 절상 압력, 국내 정치 불확실성 완화 및 대선 이후 재정지출 확대 기대 등으로 1350원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달러화는 미국의 상대적 경기 우위, ‘미국 예외주의’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대비 9% 이상 하락했다.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달러 약세, 환율 하락을 견인했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원화 절상 압박에 대한 우려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환율 이슈가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5월 초 밀라노에서 열린 한미 무역 협상에서도 환율 논의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단숨에 1300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는 이달 6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 국면에서 환율이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국내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대선 이후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기대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지며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대까지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 불확실성은 점차 해소되는 흐름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새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는 향후 국내 경기 비관론을 완화시키는 한편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결과적으로 환율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 환율 하락 요인들은 적어도 3분기 중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환율이 1300원 초반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이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인공지능(AI) 산업 등 민간 부문의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미국 경기의 전반적인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 연말로 갈수록 감세, 규제 완화 등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경기 추가 둔화는 제한되고, 회복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달러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반등하고 경기가 일부 회복될 수 있겠으나, 구조적으로는 내수가 취약한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 간 펀더멘털 격차가 지속돼, 결과적으로 원화는 달러 대비 상대적 약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내국인의 미국 증시 투자도 이어지면서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환율은 1300원 초반 수준까지의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으나 구조적 저성장, 해외투자 확대, 금리 차 유지 등 복합적 요인을 고려할 때 환율의 점진적 우상향 흐름은 유효하다”며 “환율이 1300원 초반대로 하락할 경우, 이를 단기적인 저점으로 판단하고 환헤지 비율을 점차 낮춰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