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 된 재난지원금…정부-여당 엇박자, 갈팡질팡 野

by조용석 기자
2020.04.20 17:33:50

전 국민 지급 강조한 與 “여야 합의했다”
정세균 총리 “고소득층, 불가피하게 제외”
의견 갈린 野…의원총회서 논의도 못 해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수혜 범위를 두고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별지급 하겠단 정부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전(全)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여당의 충돌이다. 또 총선 중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던 미래통합당은 입장을 정확히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함께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명확히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선거 때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압승 후 열린 첫 최고위부터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신속한 지급’도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주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늦어도 4월 내 추경안 처리를 마치고 5월 초에는 모든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속도다. (여야가)시시콜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최단시간 내 추경처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이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국회의 시간이 시작됐다”라고도 말했다. 소득 하위 70% 지급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전 국민 지급이 가능한 수준의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수정요구를 하거나 의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정부와 다소간 조율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정부와 평행선만을 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조화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또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야당 입장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합당도 전 국민 지급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최고위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재난 대책이지 복지 대책이 아니다”며 “이것을 복지 대책으로 잘못 생각하니까 여러 가지 합리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내대표보다 한층 더 높은 수위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통합당을 향해 “당선자들 가운데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대책 성격도 구분 못 하면서 자기 당이 선거 때 공약한 것을 바로 뒤집는 수준이라면 그분들이 20대 국회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당의 이 같은 기조에도 불구하고 선별지원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인 이상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며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은 재난지원금 지급범위와 관련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선거기간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던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참패로 물러난 후 선별지급에 대한 당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국채 발행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반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원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가 재정을 대폭 흔드는, 국채 발행을 통한 지원금 지급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도산·폐업 위기의 영세사업자,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무이자 금융지원 확대 등 기업 경제활동과 관련된 지원이라면 국채 발행을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숙 통합당 당선인(서울 서초갑) 역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할 수만 있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여당의 입장하고 유사하다”며 “여당의 입장에 우리 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 역시 의원총회 후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고 농민들도 피해를 많이 입으니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해야한다”고 전 국민 지급에 힘을 실었다. 통합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범위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