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증액, 환경 축소, 복지 동결…트럼프 첫 예산안 `윤곽`

by김형욱 기자
2017.02.27 16:17:50

므누신 "복지비는 현행 유지…세제 계편에 집중"
새 예산안 성장률 2.4%로 가정…3% 공약엔 못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방비는 대폭 늘리고 환경 예산은 삭감한다. 복지 지출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세제 개편에 집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 해 예산안의 윤곽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예산안 계획을 연방정부 각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익명의 정부 고위 관리 네 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 후 40여일 동안 일시적 효력이 있는 행정명령과 각종 발언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러나 진짜 트럼프 정책을 가늠할 시험무대는 사실상 이번주 예산안 발표부터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장악하고 있지만 예산안 통과는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거센 반대는 물론 공화당내 일부 이탈표를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는 하루 뒤인 28일엔 취임 후 처음 의회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책 법제화에도 시동을 건다. 또 내달 13일 올 2018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트럼프는 우선 미 국방부 예산의 가파른 증액을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24일 메릴랜드 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연설에서 지지자 대상 연설에서 미군 예산을 늘려 역사상 최고의 군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누구도 우리와 장난(mess up)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트럼프는 또 핵탄두 숫자를 토대로 미 핵무기 능력이 러시아보다 뒤처졌다며 관련 예산 확대 필요성도 주장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28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2018년 국방부 예산안 수정 권한을 주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 왔다. 특히 트럼프는 함정 및 전투기 개발, 특히 핵심 항로나 해상 요충에 주둔하는 군사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페르시아만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나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같은 곳이 되리라 전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환경보호청(EPA)을 중심으로 한 국무부 예산은 삭감을 추진한다. NYT는 그 규모가 수백억달러에 달하리라 전망했다. 기존 예산의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전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지난해 오바마가 맺은 세계 기후변화협약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어 왔다. 또 당선 이후 오바마의 친환경 정책 반대론자인 스콧 프루이트를 EPA 장관으로 내정했다. 지난달 25일엔 환경 파괴 우려에 중단됐던 다코타·키스톤 송유관사업 재개를 위한 재협상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복지부문 예산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전임 대통령이 만든 국민보험 제도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더 나은 사회보장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예산 삭감은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6일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세제 개편에 집중한다. 므누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목표 1순위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 대한 세제 개혁”이라며 “법인세를 낮춰 미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중간소득층의 세금 인하를 비롯한 개인 부문의 간편 과세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앞서 ‘놀라운 수준까지’ 법인세를 낮추겠다며 이 법안을 올 8월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었다. 현재 30% 전후인 법인세가 20% 전후까지 낮아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백악관이 이번 예산안의 전제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4%로 가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의 목표치보다는 높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3%보다는 낮다. 이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3% 또는 그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확실히 이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