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취지 무색한 공익재단들, 공정위 타깃 될듯

by윤종성 기자
2017.11.02 21:00:33

주요 공익재단들 장학금 기여액 '쥐꼬리'
목적사업비 3202억 지출..총수입의 47%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전담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통해 공익재단을 들여다본다. 총수들이 부당지원, 사익편취 등을 통해 ‘편법 승계’ 창구로 악용하는 것은 아닌 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공익재단의 경우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비 지출이 많지 않아 공정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5대그룹과 간담회을 갖고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해 공익재단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11월쯤 실태조사 작업을 실시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익재단은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 보조나 지급, 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을 통해 사회 이익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법인을 일컫는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오너들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 등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은 피하면서 해당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어 ‘편법 승계’ 창구로 이용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일부 공익재단의 경우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지출을 뜻하는 목적사업비 규모가 수입에 비해 크게 적어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인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공익재단에 출연한 26개 그룹의 46개 공익재단은 지난해 목적사업비로 3202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수입(6800억원)에 견줘보면 47% 수준에 그친다. 1년 전(43.6%)보다는 3.5%포인트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총수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46개 공익재단 중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50% 미만인 곳도 15곳에 달했다. 특히 GS 남촌재단(13.0%, 11억원), 삼성문화재단(13.7%, 109억원)은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10%대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KT그룹희망나눔재단(20.1%, 91억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스코, 21.8%, 239억원), 정석물류학술재단(한진, 23.5%, 3억원), GS칼텍스재단(24.0%, 50억원) 등의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도 총수입의 20%대에 그쳤다. 롯데장학재단(31.9%, 50억원)과 두산연강재단(34.9%, 91억원), 아산나눔재단(36.3%, 82억원), 농협재단(38.3%, 93억원), 롯데삼동복지재단(46.6%, 14억원) 등도 설립 목적과 관련된 사업에 쓰는 돈이 적은 편이다.

반면, 지난해 목적사업비 지출이 가장 많았던 공익재단은 삼성복지재단이다. 이곳은 지난해 목적사업비로 309억원을 지출해 지난해 총수입(323억원)의 95% 이상을 목적사업비로 썼다. 이밖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LG상록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CJ나눔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SK), LG연암문화재단 등이 목적사업비로 쓴 돈이 많은 공익재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