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100원 넘본다...원화 몸값 9년래 최고

by경계영 기자
2017.03.21 16:12:23

올 들어 원화 가치 7% 절상
약해진 달러에 환율보고서 경계감↑
원화 실제 가치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세고 있다. [연합뉴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이 장중 한때 1114원까지 내려앉았다. 다섯달 만에 처음이다. 하락세도 가파르다. 원화 강세에 수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비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20.3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말 대비 7.2% 절상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1120원선을 지키긴 했지만 장중에는 달러당 1110원 후반대를 맴돌았다. 달러당 1120원이 무너진 것은 장중 기준 지난해 10월11일(1108.5원) 이후 5개월 만이다.

이같은 원화값의 절상 폭은 범위를 다른 나라로 넓혀봐도 가파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61개국을 대상으로 산출한 넓은 범위(Broad)의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114.02로 1월 대비 2.6%, 지난해 12월 대비 3.1% 각각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인 2008년 2월(118.75)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물가 수준과 교역량 등을 고려해 산출된 통화의 실제 가치를 말한다.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웃돌면 기준연도인 2010년보다 고평가돼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원화 강세는 달러화가 약해진 영향 때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한 단서를 내놓지 않으면서 달러화는 그동안 강세를 되돌리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중 미국 재무부가 발표할 환율보고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 가지 요건 가운데 두 가지를 충족해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자료=마켓포인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도 강하다. 당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감세와 재정 확대보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같은 보호무역 정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문구를 뺀 것이 대표적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을 구체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호무역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대신 우리나라나 대만을 ‘보여주기’ 식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경계감도 옅어지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당국이라는 강력한 주체가 나설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면서 시장 참가자들도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달러당 1100원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