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코로나19 막는데도 마녀사냥…의료진 사기 짓밟나"

by이재길 기자
2020.03.23 17:47:11

권영진 대구시장이 19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대구시)
[이데일리 이재길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병원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감염병과 사투 중인 의사에 대한 처벌 협박이 웬 말이냐”며 “환자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계를 마녀사냥 하듯 징벌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제대로 된 방호복이 없어 수술 가운을 입고 선별진료소로 향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으면서 참담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역병을 높은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뼈를 갈아서 막아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감염관리료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요양병원은 초기부터 자발적인 감염차단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는데 감염이 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진 전체의 사기를 짓밟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앞서 전국의사총연합도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대구에서 코로나19환자 대유행이 생기자, 대구시의사회와 전국 의사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뒤로 한 채 현장으로 달려가 일하고 있고 대구시 종합병원들이 총력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며 “권영진 시장은 함부로 의사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마라”고 질타했다.

전의총은 “의사들은 대구 시민과 환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당신 같은 정치인을 위해 일하는게 아니다. 어디서 함부로 법적 처벌 운운하는 것인가?”라면서 “무능한 정치인들의 방역 실패로 대유행한 코로나19 퇴치에 사력을 다하는 의료인들을 매도하지 마라. 의료진들이 당신 부하로 보이는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코로나19의 과부하 상태는 권영진 시장 당신 같은 무능한 정치인들의 방역 실패가 원인”이라며 “이런 비상 상황에서 자신의 책임을 교묘하게 의사에게 돌리는 꼴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적폐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