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열풍에 기사회생한 일본맥주…얼마나 팔렸나[궁즉답]
by정병묵 기자
2022.04.28 17:00:27
19년 반일운동 후 자취 감춘 일본맥주 소비 차츰 늘어
GS25 기준 1분기 일본맥주 매출 작년 대비 17.1% ↑
편의점, '4캔 할인' 행사에도 빠졌으나 포함되는 중
"시간 많이 지나…'포켓몬열풍' 후 반일정서 다소 진정"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맥주 브랜드.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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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19년 반일운동 이후 자취를 감춘 듯 했던 일본산 맥주가 최근 편의점에서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일본 맥주가 얼마나 팔리고 있으며, 다시 살아난 이유는 뭘까요.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A :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일본 맥주가 최근 편의점에서 진열된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알려졌다시피 이 제품들은 2019년 7월께 촉발된 한국 내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주 타깃이었는데요. 당시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가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자 인터넷상에서 각종 일본 기업 목록이 돌며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이뤄졌습니다.
잠깐 반짝하고 말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국민 대다수의 자발적 참여로 그해 10월쯤까지 꽤 긴 기간 이어졌는데요. 맥주를 필두로 의류, 담배, 화장품, 자동차, 여행 등 전방위적 상품 불매운동이 이뤄졌습니다. 연일 일본 대사관 앞에 매일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차번호 앞자리가 3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테러’도 왕왕 발생했습니다. 2019년 9월부터 새 자동차 번호판 앞자리가 2자리에서 3자리로 늘었기 때문에 ‘불매운동 중에 일본산 자동차를 샀느냐’라는 비난이었죠.
오코노미야키, 우동 등 일식집 사장님들은 손님이 줄자 ‘일본 음식이지 재료는 다 국산’이라고 호소하는 표지판을 가게에 걸기도 했습니다. 실제 2019년 대일 무역적자가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역대 일본 불매운동 중 가장 파장이 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불매운동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제품은 맥주였습니다. 불매운동 전만 해도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맥주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20% 수준의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일본맥주 회사들이 편의점에 가격을 낮춰서면서까지 납품했지만 한 번 꺾인 점유율은 2년 넘게 거의 고사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직전인 2019년 6월 일본 맥주 월 수입금액은 790만4000달러였는데 2년 후인 2021년 6월은 49만2000달러로 무려 93.77%나 감소했습니다. 사실상 시중에서 자취를 감췄던 셈입니다.
2019년 당시 이데일리는 모바일 기반 설문조사 기업 오픈서베이와 함께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맥주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일본맥주 불매에 매우 찬성하며 마트·편의점 할인 행사에서도 제외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9.4%였는데요. ‘일제 불매 운동은 필요하지만 할인 품목 제외까지는 과하다고 여긴다’고 답한 비율이 10.5%였다. 89.9%가 일제 불매 운동을 찬성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던 작년 말부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본맥주 할인행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어 올해 1분기를 지나 서서히 편의점에서도 일본맥주가 매대를 하나 둘씩 채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일본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1% 신장했습니다. 불매운동 전이었던 2019년 1분기보다는 94.1% 감소했지만 최저점을 찍고 반등 중인 것은 사실입니다.
불매운동 전까지 일본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이제 마셔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월 출시돼 현재까지 1500만개 넘게 팔린 ‘포켓몬빵’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포켓몬은 일본 캐릭터이고 빵이 팔릴 때마다 캐릭터 사용에 대한 소정의 저작권이 지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한 유통가 관계자는 “포켓몬빵 주요 구매층인 MZ세대들이 일본에 로열티가 간다고 인식하면서 제품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구매로 이어진 측면이 컸다”며 “어쨌든 포켓몬이 일본 캐릭터이고, 이 캐릭터 스티커를 담은 빵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는 현상이 ‘일본맥주는 절대 안 마신다’는 심리적 저항선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