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승부수 된 '틱톡 인수전'…트럼프 "표심+수익도 갖겠다"
by방성훈 기자
2020.08.04 17:56:29
트럼프, 청년층 표심 잡기 위해 틱톡 인수입장 선회
中IT기업 부상 억제까지..바이트댄스, 본사 영국 이전
"美정부, 수익금받을 자격 있어..MS 아니어도 괜찮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인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선을 위한 승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MS의 틱톡 인수에 급작스레 태도를 바꿨는데, 틱톡에 우호적인 젊은층을 공략하는 동시에 중국 IT기업을 견제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MS가 틱톡을 인수하면 그에 따른 수익도 나눠받겠다는 심산이다. 결과적으로 MS가 협상하는 데 유리한 입장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수익 일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MS의 틱톡 인수 허용 입장을 지난 2일에 이어 재확인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본사가 중국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내에서 틱톡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MS의 틱톡 인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를 허용한다고 태도를 바꾼 이후에는 틱톡 브랜드를 한껏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갑자기 “(틱톡의) 브랜드는 인기가 있다(hot)”며 “훌륭한 자산”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태도 변화라고 분석했다.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WSJ 등에 따르면 미국 내 틱톡 사용자 수는 약 1억명, 활성 이용자 수만 8000만명에 달한다. 미국 내 다운로드 수는 1억6500만건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MS의 틱톡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틱톡 앱 내에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반박·반대 콘텐츠가 끊임없이 올라왔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비판하는 콘텐츠도 봇물을 이뤘다. 이에 자칫 대선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미국 정부가 자국 IT 기업에 대한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 점유를 견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며칠 안에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시되는 광범위한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한 조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1400억위안(23조 914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2000억위안(34조 164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모두 광고 수입으로 미국 IT기업들이 주도해 온 SNS 광고 시장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지난 2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화웨이와 틱톡이 보여준 미국 첨단기술 산업 패권에 대한 도전 능력이야말로 워싱턴이 불안해하는 진정한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익금 배분’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MS의 틱톡 인수가 성사되면 수익의 “큰 비율(big percentage)을 미국 정부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매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든 MS로부터든 수익금의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미 정부가 틱톡 인수를 성사시키는 데 일조했으므로 수익의 일부를 나눠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압박으로 MS가 인수전에서 유리한 입장에 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트댄스는 미국이 지적한 스파이 활동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틱톡 본사를 중국 베이징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S도 정부의 기여도를 인정한 듯 전날 성명에서 “국가안보 및 보안과 관련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틱톡을 인수하고, 미 재무부는 물론 미국에 적절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MS가 아닌 다른 어떤 기업이 틱톡을 인수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틱톡은 중국이 통제할 수 없다”면서 “MS가 틱톡(미국사업 지분)의 30%가 아닌, 틱톡 전체를 사들이는 게 더 쉬울 수 있다. MS나 다른 누구, 대기업, 보안업체든, 아주 미국적인 기업이 틱톡을 사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익금을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웃돈을 뜻하는 ‘권리금(key money)’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WSJ은 이날 칼럼을 통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권리금은 불법적 부동산 관행으로, MS는 트럼프의 틱톡 관련 지불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 미 재무부에 대한 부적절한 지불금이 포함된다면 MS는 인수에 참여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