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첫날 창구 가보니…한명이 100억 올인, 조기 완판 쇄도
by성선화 기자
2018.04.05 19:25:23
공모주 우선배정 물량 노린 강남 자산가들 몰려..완판 행진
인기 운용사 사모펀드, 사전예약만으로 판매 종료
사모펀드 최소 가입액 1억~10억..공모펀드는 제한 없어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자리잡은 NH투자증권의 영업점에서 자산관리전문가(PB)가 5일 출시한 코스닥벤처펀드를 고객에서 설명하고 있다. |
|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사모인 타임폴리오 코스닥벤처펀드는 오전에 이미 목표로 한700억원이 완판됐습니다. 고액 자산가 한분이 100억원을 투자했을 만큼 사전예약부터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라임 자산운용 1호도 200억원이 이미 소진됐고 2호 상품 출시 예정입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첫날인 5일 오전. A증권 압구정역 WM(자산관리)센터는 코스닥벤처펀드 상담을 받으러 찾아온 고객으로 평소보다 붐볐다. 고액 자산가 대상 WM센터가 밀집해 있는 서울 압구정동 금융가 일대는 코스닥 벤처펀드 물량 확보 대란이 일었다. 자산관리전문가(PB)들의 최선호 운용사로 꼽힌 타임폴리오의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액 10억원에도 사전 예약만으로 2000억원이 조기 소진됐다. 최소 가입금이 각각 5억원, 3억원인 디에스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도 품귀 현상이 일었다.
VIP 고객 상담실에서는 노부부를 대상으로 코스닥 벤처펀드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젊은 PB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지난해 펄어비스, 스튜디오드래곤 등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이 29%에 달했다”며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의 기관물량 50% 중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공모주 대어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며 “총 2조원에 달하는 벤처펀드 조성금액이 다 채워지기 전 초기 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가입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펀드 설정액이 적을수록 공모주 경쟁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공모주 경쟁률이 낮아야 적은 청약증거금으로도 배정받는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0억원 규모일 때 수익률이 100% 이상인 반면 2조원 달성시 수익률은 7%대로 급격히 낮아진다. 이 PB는 “현재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는 없지만 오는 11일 디에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출시 예정”이라며 “이 또한 조기 마감이 예상돼 미리 사전 예약을 해놓는게 좋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고액 자산가 마케팅은 은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근 B은행 WM고객센터에서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해 문의하자 “광고 문자를 받고 왔냐”며 반갑게 맞았다. 은행의 경우 증권사에 비해 판매 중인 사모펀드 상품의 종류가 다소 적었다. 이 은행의 경우 디에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상품만 판매했다. 이 은행 PB는 “디에스자산운용의 딜소싱 능력을 높게 평가해 해당 상품만을 취급하게 됐다”며 “이 또한 상당히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간신히 20계좌를 할당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고객 수요조사를 거쳐 9일부터 본격 판매하게 된다. 그는 “고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덧붙였다.
아예 자체 지점고객만을 대상으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C증권사는 압구정센터 고객만을 대상으로 ‘코리아에셋클래식 코스닥벤처 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지점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최소 가입 3년, 환매불가능 단점을 보완했다. 이 증권사 PB는 “6개월 이후 환매에 대해서는 환매 수수료가 없다”며 “타 운용사의 최소 가입기간 규정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소 150개 이상 코스닥 종목에 투자해야 의무 규정 리스크를 최소화 했다. 그는 “코스닥 벤처펀드의 최대 단점인 코스닥 시장 변동성 확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며 “매수한 코스닥 종목만큼 코스닥선물지수를 매수해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점에서 매수하는 코스닥 종목의 선물을 미리 매수해 수익률을 제로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은 그나마 낮은 1억원이다. 이조차도 2계좌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이날 출시된 공모펀드는 온라인에서도 가입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모펀드 가입 상담을 위해 창구를 찾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다만 WM센터 PB들은 공모펀드의 경우 사모펀드 대비 운용상의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A증권사 PB는 “공모펀드는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운용사별로 운용역과 트랙레코트, 투자전략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PB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공모펀드는 KTB운용의 코스닥 벤처펀드였다. 그는 “이 펀드는 6개월간 환매 불가 제약이 붙지만 지난해 공모주 펀드를 운용해 19%의 수익률을 낸 경험이 있는 베테랑 펀드 매니저들이 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코스닥 펀드는 200억원 규모로 1차 마감예정이라고 했다. 공모펀드 투자자들은 소득공제 혜택도 의미가 있다. 그는 “최소 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은 큰 의미가 없다”며 “소액을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가입하면 300만원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