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만 계산하자고?” 속닥…자영업자가 느낀 ‘수상한 촉’
by이로원 기자
2024.11.26 22:05:20
11만원 어치 먹고 “미역국 안 줬다”며 결제 거부한 손님
다음 날 “장염 걸렸다” 병원비 요구
점주 “CCTV 돌려보니 손가락 5개 펼쳐 보이더라”
“장사도 안되는데 너무 힘들어…법적 조치 고민 중”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서비스를 안 줬다며 결제를 거부한 손님이 다음날 장염에 걸렸다며 병원비를 청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15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3일 오후 7시쯤 40대로 보이는 부부와 자녀 2명을 손님으로 맞았다.
당시 B씨 가족은 회 2인 세트를 포함해 11만8000원어치를 주문했는데 식사하던 B씨가 계산대로 와 “다른 테이블에 미역국이 나가는 걸 봤는데 왜 우리 테이블은 안줬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직원은 “손님이 주문한 메뉴에는 미역국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다른 손님은 아이가 먹을 만한 게 있는지 따로 요청하다 보니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B씨는 사장을 불러달라며 소리쳤고, A씨는 “혹시나 필요하다면 포장해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필요없다”며 거절했다.
B씨는 “기분 나빠서 못 먹겠다. 음식값 다 계산 못 하겠다”며 결제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밥값을 조금 빼 드리겠다고 했고, B씨는 “다른 손님한테도 미역국을 주지 말라”고 소리쳤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그제서야 식사비를 결제했다. B씨는 계산을 한 뒤 돌연 배가 아프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제가 어떻게 할까요. 경찰을 부를까요?” 하니까 옆에 있던 여자가 ‘불러’라고 했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이 계산을 안 하면 안 된다고 하자 B씨는 그제서야 순순히 계산을 했다. A씨가 “할인 좀 해드리겠다” 하니까 “됐어. 필요 없다. 다 계산하세요”라며 소리 지르면서 난리를 쳤다고 한다. 이어 A씨는 일행에게 “배 아파! 야, 병원 가자”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A씨가 “손님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라. 사기 협박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냐”고 하자 B씨는 “토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결국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A씨는 B씨 가족이 간 뒤 다른 손님들로부터 “저 사람들 아까부터 좀 이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해 CCTV 영상을 돌려봤다가 수상한 장면을 발견했다.
영상에 따르면 화장실에 갔다 오던 B씨가 다른 테이블의 아이가 미역국을 먹고 있는 걸 쳐다봤다. 이후 방에 들어온 B씨는 아내와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곤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였고, 아내가 엄지를 추켜세웠다.
A씨는 “제가 추측하기로는 ‘5만 원만 계산해라’ 이런 얘기인 거 같더라”고 말했다.
B씨는 다음 날 또 다시 횟집을 찾았다. 그가 내민 진료 기록지에는 ‘상세 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이라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이에 A씨는 보험 접수가 필요하면 도와드리겠다“고 이야기한 상황이다.
다만 A 씨는 ”만약 정말 음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가족 다 문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손님이 실제로 배탈이 났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가게에서 했던 행동은 못 받아들이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15년 동안 연중무휴로 일했는데 워낙 장사가 안돼서 직원도 절반으로 줄이고 장사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상황인데 이런 일까지 겪으니까 너무 힘들다. 법적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