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파주에도 랜드마크 생겨” …정용진 스타필드 ‘빌리지’ 첫 출격
by한전진 기자
2025.12.03 15:49:44
운정 대단지 품은 커뮤니티형 쇼핑몰…가족 수요 몰려
무인양품·BYD·카츠쇼신 등 지역 첫 입점 브랜드 다수
메가몰 대비 생활·여가 비중 확대…F&B·키즈 특화 뚜렷
신세계프라퍼티 “빌리지·에비뉴로 스타필드 외부 확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3일 오전 찾은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5일 정식 개점을 앞두고 이틀간 프리오픈에 들어간 첫 날인데도 매장은 이미 북적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30대 주부 박모 씨는 1층 ‘센트럴 파드’를 둘러보며 “분위기도 아늑하고, 퇴근길에 슬쩍 들러 쉬다 가기 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도 실내는 따뜻했고, 곳곳에 놓인 계단형 좌석엔 책을 펼치거나 커피를 손에 든 방문객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었다.
| | 3만 6000권의 도서를 갖춘 ‘센트럴 파드’. 스타필드의 상징인 별마당 도서관이 부럽지 않는 규모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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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빌리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상권 맞춤형 출점’ 전략의 정수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선보이는 첫 ‘지역 커뮤니티형’ 상업시설로 기존 스타필드가 하남·고양 등 수도권 외곽에 46만㎡(14만평) 규모로 광역 고객을 끌어모으는 ‘쇼핑 테마파크’였다면, 빌리지는 약 5만 2000㎡(1만 5800평) 규모로 지역 주민 일상에 스며드는 데 초점을 맞춘 ‘근린형 모델’이다.
1호점은 3413세대의 대단지 ‘힐스테이트 더 운정’ 내 상업시설로 들어섰다. 단지 중앙에 자리한 ‘센트럴’(지상 1~5층·2만 5700㎡)이 핵심 공간으로, 10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운정 인근의 일산·고양 등 배후 상권도 풍부해 경기 서북부의 새 랜드마크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 |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들어선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전경.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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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공원 같은 쇼핑몰’이었다. 1~2층을 관통하는 센트럴 파드엔 3만 6000여권의 책이 벽면을 둘러싸고, 복층 서가 사이로 ‘북스테어’라 불리는 계단형 라운지가 이어진다. 마치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처럼 화사한 색감과 우드톤 인테리어가 더해져 한결 아늑하다. 인크커피, 어반플랜트 등 카페가 서가 옆에 붙어 있어 책과 브런치를 함께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 |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키즈존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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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층으로 올라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벽면을 따라 설치된 곡선형 놀이 구조물 ‘업스테어’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별마당 키즈’, ‘째깍다감’ 등 키즈 특화 공간이 밀집해 있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온 40대 김모 씨는 “최근 운정으로 이사를 왔지만 아이 데리고 갈 만한 실내 공간이 마땅치 않았는데, 여긴 놀이터랑 문화센터가 합쳐진 느낌”이라며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입점 브랜드의 60% 이상이 파주 지역에 처음 들어오는 곳들이다. 무인양품, 샤오미, 아우디, BYD가 첫 매장을 열었고, 무신사스탠다드도 내년 1월 중 문을 연다. 데카트론은 ‘운정러닝센터’를 별도로 꾸려 러닝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식 공간도 탄탄하다. ‘고메 스트리트’엔 미쉐린 1스타 조영동 셰프의 ‘카츠쇼신’, 모던 중식 ‘무탄’ 등이 자리 잡아 대형 스타필드 F&B 라인업을 압축해 놓은 모양새다.
| | 고메스트리트 내 식당이 프리오픈 첫날부터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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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빌리지 1호점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스타필드의 포멧(형태) 다변화로 지역 특성과 소비 패턴에 맞춘 출점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현재 △스타필드(광역 메가몰) △스타필드 시티(소형 복합몰) △스타필드 마켓(이마트 체험형 그로서리) △스타필드 에비뉴(도심 오피스 상권) △스타필드 빌리지(근린 라이프스타일몰) 등 5개 포맷 체제를 구축했다.
| | 아동 특화 공간 ‘별마당 키즈’ 전경. 원형 책장을 중심으로 아동복 매장과 체험 공간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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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빌리지·에비뉴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새롭게 만든 위탁 개발 모델이다. 대형 스타필드처럼 수조원대 자금을 들여 직접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시행사와 위탁운영 계약을 맺어 기존 건물에 입점하는 구조다. 토지 매입·건축 부담 없이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고, 안정적인 위탁운영 수수료로 수익 다변화도 가능하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빌리지와 에비뉴를 향후 출점 전략의 두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확장 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빌리지를 오는 2033년까지 30개점으로 늘릴 방침이다. 서울 가양동 CJ공장 부지, 경남 진주터미널, 대전 유성호텔 부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입점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도심 오피스 상권을 겨냥해 지난 10월 종로 그랑서울에 1호점을 낸 스타필드 에비뉴 역시 추가 출점을 검토 중이다.
박준형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장은 “운정은 3040세대, 자녀를 둔 가족 비중이 높은 지역인데 그동안 가까운 쇼핑몰이 없어 일산이나 고양까지 나가야 했다”면서 “쇼핑뿐 아니라 고객들이 편하게 여가를 즐기고, 천천히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지역 주민의 일상 속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