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파업’ 서울대-노조 협상 최종 타결…임금 20% 인상 합의(종합)

by신중섭 기자
2019.02.12 16:47:25

기계·전기 등 조합원 임금 20% 인상 및 급식비 등 지급
청소·경비 조합원 명절휴가비는 빠져
"처우개선" 요구 난방 파업 시작 5일만
오세정 총장 "노조 요구 일리 있지만 학생 볼모는 안돼"

12일 서울대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가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관련해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사진=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학교 측과 최종 합의하며 이른바 `난방파업`이 종료됐다. 노동자들이 서울대 관악 캠퍼스 내 건물들의 기계실을 점거해 난방을 중단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5일 만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서울대 내 건물들의 기계실 점거를 해제하고 전날 난방이 재개됐던 중앙도서관·관정관 외에 다른 건물도 난방이 재개됐다.

서울대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노조)는 12일 오후 1시 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에서 교섭을 진행해 노사간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11일 오후 진행한 교섭을 통해 실무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잠정 합의를 이뤄낸 지 하루 만이다. 양측이 합의한 2018년도 임금협약에 따르면 기계·전기·건축·소방·통신·환경 등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저임금 해당자의 기본급은 용역근로자보호지침에 따른 시중노임단가를 최대한 고려해 정하고 2018년 임금총액은 2017년 총액 대비 20.86%를 기준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의 기본급이 시중노임단가의 100%에 근접하게 올라가게 됐다. 또 △정액급식비 13만원 △맞춤형 복지금액 30만원 △명절휴가비 연 50만원 등도 받게 돼 기존에는 지급받지 못한 명절휴가비를 지급받고 정액급식비와 맞춤형 복지금액도 따로 받게 됐다.

또 청소·경비 노동자의 임금은 △기본급 시급 7530원 △상여금(급여의 200%) 지급 △정액급식비 월 13만원 △맞춤형복지 30만원 △직접고용정산금 50만원(1회 한정) 등을 적용 받게 됐다. 맞춤형복지비의 경우 당초 노조가 요구한 매해 40만원에 비해 10만원 줄었다. 직접고용정산금은 명절휴가비 명목으로 지급됐다.



이에 노조는 “대학가의 청소노동자 임금 하향평준화 흐름에 맞서 상여금을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교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합의서에는 쟁의행위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묻지 않고 노조는 학내 구성원에게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학교 측의 2018년 임단협 교섭 불성실을 규탄하며 지난 7일 낮 12시30분 부터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본관·관정관(신관), 행정관, 공대 건물 등의 기계실을 점거하고 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등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학교 측의 성실한 단체교섭 참여 △시중노임단가 적용 △복지차별 해소 △노동자에 대한 소송행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임금이나 처우는 간접고용 수준보다도 후퇴했다”며 “전국 국공립·사립대들은 대부분 2018년도 정규직 임금을 적용받고 있음에도 우리만 유일하게 2017년도 정규직 전환전 용역회사 시절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용역 계약이 만료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이 된 이들은 서울대에 중소기업 중앙회 제조업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한 임금과 정액급식비·명절휴가비·복지포인트 등에서의 차별없는 지급을 요구하며 학교 측과 단체교섭을 실시했다.

하지만 양측 교섭은 계속해서 진통만 겪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는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에게는 복지포인트 연 30만원(정액급식비 10만원 포함)을 주겠다고 말했다. 명절휴가비는 따로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상여금도 정규직 전환 전 용역회사에서 지급했던 만큼이라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대 교직원 행정 사무직의 경우 복지포인트 1000포인트(100만원)과 명절휴가비(급여의 120%)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측은 지난해 9월부터 11번의 교섭과 2번의 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려오다 지난 7일 노조는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을 비롯한 건물들의 난방이 중단돼 “공부하는 학생을 볼모로 잡은 것”이라는 의견과 “파업은 정당한 권리”이라는 의견이 맞붙으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 일부 학생들과 서울대 총학생회의 파업 지지를 밝힌 가운데 오세정 서울대 총장도 노조 측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노조는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대 중앙도서관 본관과 관정관(신관) 난방을 정상적으로 가동했다. 이날 오후 진행한 교섭을 통해 실무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잠정 합의를 이뤘다. 이튿날인 12일 최종합의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 총장은 “노조 요구가 일리 있다고 생각해 이를 상당 부분 수용해 처우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학생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