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키우려' 실리콘벨리식 주식대출 도입…포스트코로나 新먹거리 만든다

by이명철 기자
2020.12.17 23:44:33

[2021년 경제정책방향]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신주인수권 담보로 대출..실증단지 K-테스트베드 구축
車부품사 2조 이상 유동성 지원, 미래차 전환도 지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디지털 뉴딜을 적극 추진하고 벤처·창업 활성화에 나선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융자기관이 주식을 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실리콘밸리식 융자제도를 도입하고 내년 비대면 분야 유망 스타트업 200곳을 발굴·지원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들을 위해서는 세제 완화와 연구개발(R&D)·정책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17일 발표한 2021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디지털 뉴딜에 12조7000억원을 투자해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와 비대면경제 육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처·창업 활성화 방안으로는 벤처들이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하는 ‘스케일업’(scale-up) 과정에 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실리콘밸리식 투자조건부 융자제도 도입한다. 융자기관은 대출 대상 기업에 융자액 1~2% 정도의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고 기업이 추후 투자자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저리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일단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벤처기업들은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를 많이 받는데 스케일업 과정에서 추가 대출이 필요할 때 은행이 (안전성 문제로) 고민이 많은 편”이라며 “벤처의 주식 받는 것을 전제로 융자하고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은 금액으로 상환하면 은행도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이 민간 신기술 제품의 실증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고 성능확인서 발급 등을 지원하는 ‘K-테스트베드’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벤처투자를 받은 중소·벤처기업이 정부 R&D 사업 참여가 제한되지 않도록 부채비율 산정 제도를 개선한다.

유망 벤처 육성을 위해서는 2025년까지 비대면 유망 스타트업 1000개 발굴을 목표로 내년 200개를 발굴해 사업화 자금·금융 지원 등을 실시한다. 2025년까지 6조원 조성이 목표인 비대면·바이오·그린뉴딜 분야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는 내년 1조원 규모로 조성에 나선다.

로봇·이차전지·드론 등 유망 신산업도 육성한다. 로봇 분야의 경우 바이오산업 등으로 도입 분야를 넓히고 5세대 이동통신(5G)와 연결한 첨단 제조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을 위해 내년 상반기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고 하반기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센터를 구축한다. 드론 물류 배송을 위해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가상·증강·혼합현실(VR·AR·MR) 등 가상융합기술(XR)의 융합·상용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수소 경제에 대비해 수소 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을 의무 구매토록 하는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다. 대형화물차, 중장거리 버스 등 수소차 보급 차종은 내년 2만6000대에서 2030년 85만대(누적), 수소 충전소는 내년 188기에서 2030년 660기까지 확충한다.

지난 3월 2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자동차부품업계 간담회’에서 성윤모(오른쪽에서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방위 사업 재편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코로나 이후 사업 재편이 상당히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3종의 인센티브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사업 재편 계획을 이행하면서 자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이연 특례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 금융채무 상환 시 양도차익에 대해 4년 거치와 3년 분할을 적용하고 있는데 해당 기준을 좀 더 낮출 계획이다.

내년에는 200억원 규모의 사업 재편 전용 펀드를 매칭하고 100억원 규모로 R&D를 지원한다. 혁신성·성장가능성이 높은 공동 사업 재편 이행 기업은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등 기존 정책금융 지원과 병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피해가 크고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향이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기업의 경우 유동성 지원과 사업 재편을 병행 지원한다. 정부는 친환경차 공급을 확대했을 때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는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노동자는 전체 자동차 부품업체 31% 가량인 25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부품업체 유동성 애로 해소를 위해서는 2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금융 지원을 집행하면서 미래차로 사업 재편을 위한 금융·인력·R&D·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 대상을 올해 76개사에서 내년 100개사로 늘릴 예정이다.

선제적이고 신속한 사업 재편을 위해서는 업종별 간담회 등을 통해 잠재 수요기업을 발굴하고 단기간 과잉 공급 상태에 직면할 개연성이 높은 업종도 찾아 나선다. 사업 재편 심의 기간은 1개월 내로 줄인다. 사업재편 승인 이후에는 이행상황 점검·지원과 애로 해소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할 방침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는 변화하는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정부의 제도 개선이나 정책금융 지원 같은 노력이 중요하다”며 “사업 재편 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는 근로자들의 재교육이나 직접 훈련 등을 통해 고용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