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앞두고 집단감염 생긴다면?…교육부 수능 세부계획 고심

by신하영 기자
2020.07.01 16:34:29

감염병 전문가 “4.15 총선보다 수능 방역대책이 더 중요”
12월 수능, 계절적으로 추운 날씨…재 유행 가능성 우려
“시험실 입실 인원 10명대로 낮춰야”…고사장 확보 관건
평가원 “응시 못하는 학생 없도록 격리자 응시대책 마련”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12월이면 지금보다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수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우려다. 올해 치러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당초보다 2주 연기된 12월3일 치러진다. 하지만 지역별로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어 수능 당일 대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고사장을 예년보다 2배 이상 확보, 수험생 밀집도를 최대한 낮추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18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신명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12월3일로 예정된 수능이 추가 연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예년보다 시험일을 2주 연기한 데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방역 관리가 어려워지는 탓이다. 수능 추가 연기 시 대입일정과 대학 개강 일을 모두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문제는 시험 당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4.15 총선 때보다 더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12월에 수능을 보기 때문에 독감 등 호흡기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수험생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시험인 점을 감안할 때 4.15 총선 때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능 당일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선 수험생 밀집도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이 때문에 시험실 수도 예년에 비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 때는 전국 1185개 시험장(학교), 2만1000개 시험실에서 수능이 치러졌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수능 당일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고사장 내 밀집도를 낮춰야 한다”며 “수험생들이 거리두기가 가능한 교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종전까지 수능 당일 시험실에는 28명의 수험생이 입실했다. 수험생 밀집도를 최소화하려면 입실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 14명 정도가 응시토록 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의견은 교육계에서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시험실 당 수험생 수를 14명 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시험실을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며 “수능 직후 치러지는 대학별 논술시험에서도 수험생 밀집도를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당국에 의해 격리 조치된 학생들의 응시 방법도 관심사다. 지금도 매일 등교하지 못한 학생이 2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200여명이 보건당국에 의해 격리된 학생들이다. 이들 중에는 확진자가 있을 수 있어 별도의 시험장이 필요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기 교수는 “격리 학생의 경우 별도 시험실을 마련해야 한다”며 “관건은 격리자가 급증해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수능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교육당국은 수능을 못 치르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고위 관계자는 “격리 학생들을 위한 별도 시험장을 확보해서라도 원하는 수험생은 모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달 말 코로나19 방역대책을 담은 2021학년도 수능 세부계획을 발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평가원과 협의해 7월 말이나 8월 초 방역대책을 담은 수능세부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도입한 수능 예비문항에 대한 활용방안도 주목된다. 교육부는 시험 중 지진 발생에 대비, 2018년부터 수능 예비문항을 만들어왔다. 2017년 수능을 하루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 수능이 1주일 연기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두 세트의 시험문제를 출제해 온 것.

만약 쿠팡발 감염처럼 특정지역에 한 해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예비문항이 활용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특정 지역만 수능을 연기한 뒤 예비문항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문제로 치르는 게 원칙”이라며 “본 문항과 예비문항의 난이도를 동일하게 조정하려고 노력해도 완벽히 같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