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3년' 세월호 스마트폰 복원은?…메모리 보존 여부가 관건

by이승현 기자
2017.04.04 17:50:37

펄서 스마트폰 1대 발견돼 복구가능성 관심 모아져
참사 초기 디지털포렌식으로 수십대 복구하기도
복구 전문가 "쉽지 않지만 메모리 보존시 성공 가능성"
염분제거 등 응급조치 중요…정부 "임의로 복구·분석 못 해"

4일 오전 전남 목포 신항만에서 세월호 선체의 육상거치를 위한 사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전일 펄 제거 작업 과정에서 스마트폰 1대와 필기구, 수첩, 화장품, 넥타이 등 총 79점의 유류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이유미 기자] 약 3년 만에 바다 속에 있다가 떠오른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스마트폰을 과연 복구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선원 혹은 승객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에 담긴 통화 및 문자 내역과 영상, 사진 등을 되살리면 침몰 당시의 생생한 상황과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신속한 염분제거 등 적절한 초기대응을 한 뒤 휴대폰 내장 메모리를 보존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는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인양된 세월호 선체 외부의 펄 제거작업을 하면서 스마트폰 1대 등 총 79점의 유류품을 수거했다. 해수부가 선체 수색 및 미수습자 수습에 본격 나설 예정인 만큼 스마트폰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복구작업은 전자기기에서 삭제되거나 훼손된 콘텐츠를 되살리는 ‘디지털포렌식’ 방법으로 진행한다. 지난 2014년 8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전담팀을 꾸려 이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휴대폰 90여개를 복구한 바 있다.

당시 희생자들의 스마트폰 복구작업에 참여했던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내장 메모리를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장 메모리는 비휘발성이어서 휴대폰이 고장나거나 바닷물이 들어가도 메모리 자체에 손상이 없다면 데이터 복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 안에는 검은색 칩으로 된 낸드플래시가 있으며 이 안에 실제로 데이터가 저장되는 실질적 메모리가 있다. 메모리 사이를 연결하는 구리나 백금선은 염분으로 인해 부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전 교수는 “휴대폰 제조사에 이 연결선을 다시 제조해달라고 요청해 다시 연결이 가능해지면 데이터를 복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닷물에서 스마트폰을 건진 후 구리선 복구 때까지 공기가 닿으면 메모리 칩이 부식될 수 있는데 빠른 시간 안에 건조와 세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세월호 침몰 초기 찾은 휴대폰의 데이터 복구는 대부분 가능했지만 6개월이 지나 발견된 것들은 복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낸드플래시
세월호 침몰 초기에 스마트폰 데이터 복구작업을 맡은 업체인 ‘모바일랩’의 이요민 대표 역시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데이터복구 가능성을) 단정지을 수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초기 응급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민물에서 3년 동안 잠겨있던 스마트폰을 복구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염분이 많은 해수에서 3년 가까이 있었던 스마트폰의 경우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또한 참사 당시인 2014년 이전 스마트폰의 경우 수심 1.5m 깊이에서 약 30분을 버티는 ‘생활방수’가 적용되지 않은 사양이 많다. 현재 발견된 스마트폰은 깊이 수십m의 바다 속에서 3년 가까이 있었다.

이 대표는 “데이터가 저장된 메모리의 부식 정도가 관건이다. 염분을 제거하는 응급조치를 해봐야 정확히 복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묻은 염분을 특별한 액체 등으로 제거해야 한다”며 “이것을 잘 해야 다음 단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향후 선체정리작업에서 발견될 차량의 블랙박스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세월호 1층과 2층 화물칸에는 승용차 124대와 화물차 61대가 실려 있었다. 이들 차량 안에 당시 현장상황을 촬영한 블랙박스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가 스마트폰이나 블랙박스 등을 발견해도 임의로 복구 및 분석 작업을 할 수는 없다. 해수부는 유류품을 목포신항 철재부두의 임시 유류품 저장소에서 보관한다. 이후 유류품 세척과 건조 등을 작업을 거쳐 소유자 및 그 가족에게 인도 절차를 밟는다.

해수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유류품의 본래 소유자나 그 가족의 승낙없이 함부로 물품을 처리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세월호 참사 초기에도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고서야 스마트폰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3일 발견된 스마트폰의 소유주는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