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누드모델 몰카 유출' 피의자 "봉사하며 살겠다" 선처 요구

by황현규 기자
2018.10.25 16:04:23

25일 서울서부지법 홍대 몰카 유출 항소심
피의자 "5개월 구치소 생활 과정서 반성 중"
檢 "워마드 특성 악용…피해자 정신적 고통"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중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 참여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안모(25)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의자인 안씨가 항소심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했다.

2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 합의 1부 이내주 재판장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안씨는 “스스로를 바꿔서 더 나은 사람이 돼 달라진 삶을 살고 싶다”며 “하루하루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죄를 갚고 싶으니 선처를 부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8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안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지만 검찰과 안씨 모두 1심 선고에 대해 항소했다.

안씨 측 변호인은 “성범죄 피해자였던 안씨는 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 글을 통해 위로받고 감정이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며 “감정을 공감하는 차원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올린 것”이라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안씨 측 변호인은 이어 “사건의 경위와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안 씨는 사건 발생 이후 5개월간 구치소 생활을 하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안씨에 대한 1심 판결의 양형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워마드 특성상 사진 게재의 결과가 어떨지 알면서도 분노 표출을 위해 사진을 올렸다”며 “유포된 사진에 대한 추가 피해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얼굴과 중요 부위가 노출된 사진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며 “생계유지 수단인 누드모델이라는 직업 또한 더는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안씨에 대한 징역 2년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안씨는 지난 5월 1일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 참여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을 직접 찍어 워마드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사진이 올라온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같은 달 10일 안씨가 경찰에 붙잡히자 “가해자가 여성이라서 수사가 빨리 이뤄졌다”는 일부 여성들의 비판이 나오면서 수사기관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며 편파수사를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 7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