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2인자 원내대표도 몰랐다…정청래 깜짝 합당 제안에 與 술렁

by박종화 기자
2026.01.22 16:32:16

정청래, 양당 합당 제안…조국, 당내 논의 시작
鄭, 당 지도부에도 제안 20분 전 알려
비당권파 "비민주적 당 운영" 반발
지방선거-與 당권 경쟁 구도도 요동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5개월도 안 남긴 시점에서 조국혁신당에 전격적으로 합당을 제안했다. 합당 논의가 진전된다면 지방선거 이후까지 범여권의 권력 구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2인자인 원내대표에게도 공유되지 않은 ‘깜짝’ 합당 제안에 여당 주류에선 불만이 들끓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전 9시 50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제 따로가 아니라 같이 시대정신에 입각해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원팀으로 같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민주당-혁신당 합당을 제안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도 40분 후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당과 민주당은 일관되게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은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보고 올리겠다”고 화답했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 대표는 전날 오후 조 대표를 만나 합당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극비에 부쳐졌다. 한병도 원내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조차 정 대표 회견 20분 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합당 제안을 통지받았다. 정 대표와 거리가 있는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정 대표에게 추진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주장해 온 당대표가 정작 당원과 당원들이 직접 선출한 최고위원들의 의견은 외면한 채 합당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와 당원 주권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의 합당 추진은 전략적 실익조차 불분명한 반면 당내 혼란과 중도층 이탈 등 정치적 부담만 키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당의 중차대한 결정에 최고위원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에 낭패감을 넘어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며 “최고위원회의를 거수기로 만들고 대표의 결정에 동의만 요구하는 방식은 결코 민주적인 당 운영이 아니고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 다수도 부글거리긴 마찬가지다. 장철민 의원은 “당원의 뜻을 묻지 않은 일방적인 합당 추진, 반대한다”며 “당의 운명을 이렇게 깜짝 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실제로 의원들 반발도 많이 확인되고 있다”며 “그 부분은 (논의를 위한) 의총(의원총회가)이 추가적으로 잡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추가 의총을 언제 열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명계(친이재명계)에선 합당 제안으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호재를 가렸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정 대표와 가까운 문정복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합당 제안이) 전격적이었겠느냐”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 ”이 사안은 우리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약속과 보안이 지켜질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청와대에도 합당 제안 직전 이를 알렸다고 한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양당의 통합이나 정치적 통합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 합당 논의가 진행되면 범여권 권력구도는 또 한번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과 혁신당 지지기반이 겹치는 수도권이나 호남에선 공천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국 대표가 6월 선거에서 어디에 출마할지도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혁신당은 수도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조 대표의 원내 복귀 방안을 고심해왔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 합당 논의가 정 대표의 당 대표 연임과도 연관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혁신당 측 지지를 업고 당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 한다는 의심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번 합당 제안이 당의 미래보다는 당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혁신당은 주말부터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를 열고 합당에 대한 당원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역시 당원 토론 등 합당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합당을 위해선 전 당원 투표나 전당대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