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스캔들로 번진 버닝썬사태…승리 카톡 원본이 `관건`
by박기주 기자
2019.03.13 18:38:53
정준영 카톡방서 `경찰총장`·`음주운전 보도 무마` 언급
서울청 차장 중심 수사팀 꾸려…"지위고하 막론 단죄"
수사 단서될 카톡 대화 원본 확보 못해 수사 `난항`
|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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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폭행 사건에서 촉발됐던 `버닝썬 사태`가 경찰 고위직 유착이 포함된 대형 스캔들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리 카톡방에 경찰 고위직과 연예인 간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경찰 고위직 유착 의혹은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의 공익 제보자인 방정현 변호사 말에서 시작됐다. 방 변호사는 13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들끼리 대화를 통해) `경찰 안다`, `손쓴다`, `경찰과 연락했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며 “심지어 해당 경찰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거론되는 경찰의 직급이 서울 강남경찰서장보다 높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 유착에 대한 주장이 나오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처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민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의 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경찰의 현재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 가수 정준영(30)과 승리(29·본명 이승현) 등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한 참여자가 `옆 업소가 우리 업소의 내부를 찍어 제보 했으나 경찰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등장한 `경찰총장`은 경찰에 실제 존재하는 직급은 아니지만 고위 경찰관이 연루됐을 수 있다고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이 단체 대화방에는 한 참여자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으나 이에 대한 보도가 없도록 해달라고 서울 모 경찰서의 A팀장에게 청탁했고, 무마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A팀장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받았다고도 언급했다. 경찰의 확인 결과 해당 사건은 벌금 등 절차를 밟았지만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다. A팀장과의 친분을 내세운 이는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청장은 “(카카오톡 내용에) 경찰이 뒤를 봐주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표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연루된 것이 없는지 철저히 내사하고 있다”며 “특히 경찰 최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팀 수사뿐만 아니라 내부 감찰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감찰해 나가고 어떠한 비위나 범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총장`이라는 단어 탓에 구설수에 오르게 되자 당시 경찰청장인 강신명 전 청장은 이날 “승리란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하며 이 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사안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방 변호사가 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원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권익위에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했으나 권익위는 신고자 보호와 요구 등을 이유로 이를 대검찰청 등 다른 관련기관에 넘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방 변호사가 경찰에 보낸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원본과 대조를 해야 하는데 아직 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권익위에 두 차례 요청을 했는데 그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넘겨받은 대검은 현재 형사부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전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 정준영 휴대폰 복원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일정 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초기 제기됐던 승리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영장 신청은 판사가 일부 부분만 수용해 1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원본 입수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신청해 판사의 결정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