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위' 경제 대국마저 위기설, 韓 경제 불똥튈라

by김정남 기자
2018.06.11 17:46:54

브라질 헤알화, 연초 대비 11% 폭락
'10위권 경제대국' 이탈리아·브라질도
6월 위기설 한복판에…금융시장 긴장
韓 금융시장 직접 충격 가능성 작지만
세계경제 둔화, 수출엔진 악영향 우려

브라질 운송 파업 중 한 트럭운전사의 모습.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신흥국 위기설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와 브라질까지 포함된다면 얘기는 달라지는 거지요.”

국내 정책당국 한 고위인사는 이른바 ‘6월 위기설’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정도라면 ‘찻잔 속 미풍’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브라질 위기설까지 돌면서 관련 대책 회의도 잦아졌다고 한다.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다시 말해 경제 규모는 각각 세계 8위와 9위다. 우리나라(12위)보다 ‘부유한’ 나라다.

이를테면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화 대비 절하율은 연초와 비교해 10.7%(지난 11일 기준)에 이른다. 시장 투자자들이 브라질 경제를 우려하며 헤알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고 있다는 의미다. 20년 전 우리나라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갑자기 2000원 가까이 치솟았던 ‘트라우마’와 똑같다. 헤알화가 폭락한 정도는 아르헨티나 페소화(26.4%), 터키 리라화(15.7%)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쯤되면 마냥 ‘신흥국’ 위기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 고위인사는 “우리나라가 외환건전성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비를 잘 해야 것 같다”고 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 너마저…

6월 위기설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부쩍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향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금융시장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시장은 기준금리를 1.75~2.00%로 인상하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인상 사이클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4월말 설문조사 결과, 16개 투자은행(IB) 중 10곳은 올해 4회 인상을 점쳤다. 내년 인상 전망도 2~4회다. 기준금리 상단이 적어도 3.00%까지는 간다는 의미인데, 그럴 경우 신흥국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더 고조될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일부 신흥국에 금융위기 발생할 수 있다”(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뿐만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3~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QE) 축소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ECB는 매달 300억유로의 자산을 사들이며 돈을 풀고 있다. 그런데 매입을 축소하면 자칫 유로존 경기가 경색될 수 있다. 국내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가격에 반영돼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며 “유럽이 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브리클린 다이어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신흥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 때문에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6월 수출 증가 ‘마이너스’ 가능성

관심사는 우리나라까지 번질지 여부다. 6년 넘게 쌓인 경상수지 흑자와 4000억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액 등은 우리나라의 든든한 방파제다. 국내 금융시장에 직접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실물경제 쪽은 안심하기 이르다. 이탈리아와 브라질 정도 규모의 나라들이 위기에 빠질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출 엔진도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달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선민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점검회의를 통해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신흥국 경제 취약성 등이 우리 수출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몰아쳤던 2012년 당시 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줄곧 2%대 저성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