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가계부채 대책, '사람'을 입는다

by김재은 기자
2017.07.04 17:40:37

금융기관→채무자·금융소비자로 무게 이동
재정 역할 ·사회보장제도 확대·비소구대출 도입 등
금융위, 8월 가계부채종합대책 공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사람중심·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공개될 가계부채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줄곧 금융기관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뒀던 금융당국이 채무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주최한 ‘가계부채 위기관리를 위한 새 정부 금융당국의 과제’ 토론회에서는 내달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크게 재정의 역할 확대, 사회보장제도 확대를 통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관리, 비소구대출의 도입 등 주로 금융소비자 보호 및 파산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네덜란드 등은 우리 생각보다 가계부채 총량이 훨씬 많지만,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5억원짜리 집에 대출이 4억8000만~5억5000만원으로 많지만, 핵심은 원리금을 갚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이나 가처분소득대비 높은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무리하게 낮추기 보다 주택을 내던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활이 가능하게끔 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담보대출자의 완벽한 상환청구권, 낮은 실업률, 사회보장제도 같은 경제구조, 임대주택시장의 발달, 정부 담보대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출자와 차입자 모두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가계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주거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 위험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자기돈으로 고급주택을 사는 것도 경제순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국민들이 무리한 형태의 원리금 상환 부담에 노출이 안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성 교수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파산방지에 효과가 있지만, 부동산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효용이 떨어지는 만큼 비소구대출 등으로 파산 확률을 낮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LTV 규제를 강하게 하지 않지만 비소구대출을 통해 개별 금융기관 입장에서 위험관리를 강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5억원짜리 집을 사는데 3억원을 대출 받았고, 부동산 시장이 폭락해 주택가격이 2억5000만원까지 떨어질 경우 채무자는 담보(집)를 팔고 나가면 나머지 5000만원을 갚지 않아도 된다. 채무자가 아닌 금융기관이 부동산 가격 하락 리스크를 지는 셈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비소구대출의 경우 확대되면 좋겠지만, 급속도로 도입할 경우 대출금리 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정책 모기지부터 도입했다가 성과를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도 국장은 나아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그는 “우리 부동산 임대시장은 개인이 대출받아 세를 주는데 비해 외국은 공공임대 비율이 높아 우리의 정부부채가 가계부채에 비해 낮은 측면이 있다”며 “재정을 통한 채무재조정 등 공약 내용들을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꼭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자제한법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인하 추진 △국민행복기금 등 소액 장기연체 채무 정리 △소멸시효 완성채권 추심 및 매각금지 법제화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 국장은 “그동안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 정부가 부채사이드에 치중하지 않았나 싶다”며 “시중의 과잉유동성이 기업이나 재정이 아닌 가계로 흘러가며 가계부채가 늘었다. 이를 창업활성화 등 기업으로 흐르게 해 일자리 만들고 소득을 늘려 상환능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오는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