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연말 랠리 시동 걸까…‘상폐 위험 종목’은 경계

by박순엽 기자
2025.12.02 16:55:44

시장 활성화 대책·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모멘텀 부각
코스닥 상장사 이익 55% 증가 전망도 투자심리 강화
“코스닥 정책 본격화하면 지수 15% 추가 상승 여력”
상장 유지 기준 강화는 주의…“시장 건전성엔 긍정적”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내내 코스피 대비 부진했던 코스닥 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와 내년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이 개선되리란 전망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부터 코스닥 상장 기준이 높아지는 만큼 상장폐지 위험 종목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04포인트(0.65%) 오른 928.4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를 한 달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8.46% 뛰는 동안 코스피는 3.5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74.56p(1.90%) 오른 3,994.93으로 마감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71.18% 급등했지만, 코스닥 지수는 32.77%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엔 반도체 등 대형주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고,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흐름이 반전된 데에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발표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약 15조원 규모의 직접 지분 투자를 목표로 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오는 10일 출범하고, 모험자본 편입을 의무화한 종합투자계좌(IMA) 상품도 연내 출시될 예정이어서 코스닥에 우호적인 수급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의 사례를 보면 정책 발표 직전까지 코스피 대비 코스닥 소외 현상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금과 유사하다”며 “과거 경험을 고려했을 때 현 정부의 코스닥 정책이 본격화하면 최소 15% 지수 상승은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내년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시장 기대를 뒷받침한다. 컨센서스가 60일 이상 존재하는 코스닥 상장사 기준 전년 대비 약 55%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며, 시가총액 상위 IT(소프트웨어·반도체·2차전지), 건강관리, 미디어, 화장품 섹터의 실적 회복이 뚜렷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과 코스피의 수익률 격차가 역사적으로 크게 벌어졌는데, 그 원인이었던 IT 섹터 수익률 차이가 전방 투자 확대로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며 “2026년에는 코스닥 영업이익 증가율이 코스피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코스닥 비중 확대를 고려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강화되는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에 따라 상폐 위험 종목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내년부터 시가총액이 일정 기간 150억원 미만일 경우 상장폐지 절차가 개시된다. 시총 150억원 미만 상태가 30일간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 이내 연속 10일 또는 누적 30일 동안 150억원을 밑돌면 상폐 절차가 바로 진행된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종가 기준 시총 150억원 미만 종목은 88개였으며, 스팩(SPAC)을 제외하면 25개가 해당했다. 대부분 투자주의환기종목이나 관리종목이지만, 그렇지 않은 종목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시총·매출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내년 코스닥 시장에서 약 15곳이 상장 유지 요건 미충족 상폐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상장폐지 제도 강화가 시장 건전성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폐지 제도 개선으로 한계기업 정리가 용이해질 것”이라며 “내년 3월 출범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투자 대상에 코스닥 ‘혁신기업’이 포함되는 등 모험자본 중심의 자금 이동도 코스닥 시장에 우호적 수급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