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금융권엔 위협요소…은행법 등 선제적 정비 필요”

by황병서 기자
2022.03.17 17:47:33

[IBFC 2022]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디지털 화폐의 최근 동향과 금융업 전망’
디지털 화폐 영향력 금융산업 약화 촉진
스테이블 코인 가능성 가장 높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17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IBFC) 금융동시세션1’에서 ‘상용화 임박한 디지털 화폐시장’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데이터 전쟁, 금융의 미래’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금융의 영역으로 빠르게 진출하며 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신규 기술과 서비스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존 금융산업과의 상생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 방인권 기자)
정중호 하나금융지주(086790) 산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17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IBFC)에서 ‘디지털 화폐의 최근 동향과 금융업 전망’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소장은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화폐 변화가 본격화하고 영향력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화폐란 금전적 가치가 디지털로 전환된 화폐를 의미한다. 민간 시장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크립토크런시)와 각국의 중앙은행 등이 추진 중인 CBDC(중앙은행발행 디지털화폐) 등으로 구분된다. 다시 발행주체(정부·시장)와 법정화폐와의 연동 여부에 따라 △가상화폐 △스테이블 코인 △CBDC로 분류했다.

민간시장에서 발행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편의성에서는 장점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시장에서 발행하지만 달러 등 법정화폐와 일정한 비율로 연동해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앙은행 등이 준비 중인 ‘CBDC’는 법정화폐와 연동된다는 점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일반 범용성은 떨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디지털화폐가 부각되는 이유로 △디지털 경제의 대두 △신기술과 빅테크 부상 △탈 중앙형 경제 출현 등 3가지를 꼽았다.



정 소장은 “화폐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한다”며 “기존 제도를 위협하는 기술,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의 등장, 은행과 같은 중앙집중형 제도 없이 경제를 운용하려는 ‘탈 중앙 경제의 출현’ 등이 디지털화폐 부상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문제는 디지털화폐의 영향력이 전통 금융산업의 약화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그는 “디지털 화폐가 확산하면 은행 예금 수요를 축소시키고 은행예금의 감소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 및 은행 고객 정보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가계 및 기업 신용 공급의 축소를 일으키고 금융사들이 오히려 고위험 대출 및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 화폐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파급력을 주시하고 은행법 개정 등 관련 제도의 선제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소장은 “디지털 화폐 확산 및 제도화에 따른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와 지급 시스템 변화도 불가피하다”며 “디지털 화폐 발행 및 지급결제 안정성을 보강할뿐만 아니라 한국은행법 정비를 포함한 은행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률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소장은 스테이블 코인의 실현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쳤다. 그는 “법정화폐와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은 영국 영란은행과 미국 등지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CBDC의 경우에는 모든 위험을 중앙은행이 지기 힘들다는 약점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경우는 현금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각각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