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 규탄 결의, '셀프 왕따'한 자유한국당(종합)

by유태환 기자
2017.09.04 18:56:44

국회 4일 본회의서 한국당 불참 속 규탄안 처리
안보정당 자임하던 제1야당에 정치권 맹비판
丁의장 "안보문제, 초당적 협력 필요" 일침
민주당 "MBC 사장, 안보위기보다 중요하단 것이냐"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의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스스로 안보정당임을 강조하던 자유한국당이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 처리에 원내교섭단체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전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안보 위기 속에서도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시작한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왔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민의당 등 정치권도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국회는 이날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직후 직권상정 된 북핵 규탄 결의안을 재적 170, 찬성 163, 기권 7인으로 처리했다. 결의안 발의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176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지금까지 자행한 5차례의 핵실험(2006년 10월 9일,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 2016년 9월 9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한편,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의 도발의지를 좌절시키고자 노력한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북한은 끊임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향해 심각한 도발행위를 지속해 왔으며, 2017년 9월 3일에는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고 결의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2017년 9월 3일 감행한 제6차 핵실험이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행위임을 확인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결의안은 또한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해치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완전히 저버린 점을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태의 책임은 모두 북한 정권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악화시킬 경우,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를 결코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국제적 고립과 자멸을 초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결의안 처리 직후부터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 태도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이후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진행된 영장에 대해서 국회를 보이콧 하는 것은 의회 정신에 어긋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말 MBC 사장의 거취가 북핵 위기, 국가 안보위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냐”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민생 현안 과제를 뒤로 미룰 만큼 중요하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수장인 정 의장 역시 이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특정 정당 비판에 가세했다. 정 의장은 “어제 제가 원내대표들하고 연락을 해서 국회가 결의안을 내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한국당이 불참했다”며 “안보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 의장은 “정기국회 벽두부터 국회가 파행되는 것에 대해 국민께 정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의회주의를 통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대신에 국민께 안도와 희망을 주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한국당의 보이콧은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며 “3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킨다면 국정의 마비와 같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당은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이콧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채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대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잇따라 항의방문했다. 또한 다음날 예정돼 있는 원내교섭단체 연설에도 불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