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몰랐다" 무죄, "골프 안쳐·국토부가 협박" 유죄…무슨 차이였나

by최오현 기자
2024.11.15 16:35:42

법원, 故 김문기 관련 "골프발언만 유죄"
"공직선거법상 '행위'만 명시…엄격 판단해야"
"백현동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검토…허위사실"
이 대표 "수긍 어려워" 항소 뜻 밝혀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받게 되면서 차기 대권 행보에 직·간접적 타격을 받게 됐다. 다만 이 대표 측이 선고 직후 항소를 예고한 만큼 형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故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온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첫번째 1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고(故) 김문기 관련 허위사실 공표에서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부분은 증거에 의하면 유죄, 나머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처장과 관련해 ‘성남 시장 재직 시절 알지 못했다’ ‘해외 출장 중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 ‘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알게 됐다’는 등의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가 김 처장과 업무적인 통화를 하거나 표창장을 수여하는 등 교유(交遊·서로 사귀어 놀거나 왕래한다는 의미) 행위가 있었음에도 그를 몰랐다고 하는 것이 교유행위 일체를 부인하는 허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쳤고 따라서 이 사건의 골프 발언은 허위이며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문기의 지위와 업무수행의 내용 △해외출장에서 일행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은 김문기와 유동규 도시개발공사 사장 뿐이었고 공식일정에서 벗어나 피고인과 함께 골프를 친 사람도 김문기와 유동규뿐이므로, 함께 해외골프를 친 행위는 기억에 남을 만한 행위로 보이는 점 △김문기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 핵심 실무책임자였고, 경기도지사이던 피고인에게 재판과 관련된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피고인의 대응에 관여하고 사망 전까지 관련 수사를 받은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은 허위사실 공표가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며 “이런 판례의 법리에 비춰 본다면 하위직원이기 때문에 고(故) 김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은 일반 선거인 입장에서 믿기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나머지 발언 등은 무죄라고 판단했다.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대상에 ‘주관적인 인식’은 명시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즉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주관적인 인지영역에 해당된다는 이 대표 측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셈이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열거된 공표 대상에 ‘행위’는 포함되는데,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며 “따라서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을 위 조항에 규정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즉, 구체적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표명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몰랐다’는 발언이 나머지 추가로 언급되지 않은 구체적인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故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 이영훈 기자)
법원은 백현동 부지 특혜 의혹에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단 이 대표의 발언도 허위로 바라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은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고 명확히했다.

이어 “ 국토부는 2014년 12월 9일자 공문에서 국토부의 협조요청이 의무조항에 따른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면서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채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고만 회신했다”며 “법정에서 증언한 성남시 공무원 모두 그런 말을 못 들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나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의 주장은) 허위사실로 판단된다 ”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의 크게 두 가지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봤다. 2021년 12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당시 고 (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한 발언과 그 해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한편 1심형(징역형 집행유예)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돼 의원직을 잃게 되고, 이에 2027년 대통령선거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선고 직후 이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기본적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故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보수, 진보단체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