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치던 정부, 원자력 찬사로···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

by강민구 기자
2021.07.21 18:00:00

21일 경주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서 착공식 개최
5년간 3263억원 투입···67만평 최대 원자력연구소 구축
폭염속 월성 원전 3호기 재가동 등 정책 변화 주목
김부겸 총리 "원자력 포기할 수 없어, 기술 첨단화"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자력 기술력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원자력 기술 첨단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1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식에 참석해 이같이 격려사를 전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을 고려해 에너지전환 정책(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이러한 정책 속에도) 원전 안전·해체 기술, 소형모듈원자로 등 미래를 위한 원자력 연구개발은 계속 확대해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총리의 발언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국내 원자력기술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양국이 대형원전 수출 등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최근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월성원전 3호기 등 원전 3기의 조기 투입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원자력계 등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불가피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원자력 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해당 국가들은 원자력 기술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제 정세속에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이 원자력 기술을 빼고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원자력의 중요성을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3263억원(국비 2453억원, 지방비 810억원)을 투입해 경북 경주시 감포읍 총 67만평 부지에 들어선다. 녹지 등을 제외한 유효부지만 47만평으로 원자력연 대전 본원(40만평) 보다 넓다.

이번 연구소 설립은 지난 2019년 7월 경상북도. 경주시, 원자력연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1월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정부 정책으로 확정되면서 추진됐다. 이후 지난 6월 30일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2년만에 착공식을 열게 됐다.

연구소는 앞으로 △데이터, 인공지능,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한 원전 안전 혁신기술 개발 △방폐물 안전관리 및 원전 해체기술 개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혁신원자력 시스템 핵심기술 연구와 실증 등을 수행하게 된다. 국가 원자력 기술의 미래가 이 연구소에 달려있는 셈이다.

우상익 원자력연 혁신원자력기반조성사업단장은 “이미 가동하고 있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람의 실수를 방지할 알고리즘 개발, 해킹을 방지하는 인공지능 기술, 방사성 폐기물의 발생부터 최종 처분장 도착까지 이력관리를 자동으로 하는 시스템 개발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지리적 이점을 살려 월성·신월성 원전 6기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와 함께 수명연장이나 폐로 등에 필요한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