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에 200위안씩'…세계 최초 中 디지털화폐 어떻게 쓰나
by신정은 기자
2020.10.13 19:25:47
선전 시민 대상 추첨 이벤트…당첨 확률 2.61%
문자 URL 클릭 후 '디지털위안' 앱 다운로드
은행마다 색 달라…1주일 간 사용 가능
"다음에 참여해달라" 공개 테스트 또 예고
| 선전에서 공개한 디지털위안 모습. 사진=중국매일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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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인민은행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에서 1000만위안(약 17억원) 규모의 법정 디지털 화폐를 추첨을 통해 시민들에게 뿌렸다. 시범 테스트해왔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191만3800여명이 추첨에 참여했으며 12일 오후 6시 공개한 당첨자는 5만명. 당첨 확률 2.61%다. 인민은행은 이들에게는 각각 200위안(약 3만4000원)씩 디지털위안화 ‘훙바오’(紅包·, 세뱃돈을 넣는 붉은 종이 봉투를 상징)를 지급했다.
당첨통보 문자에 적힌 URL을 클릭하면 ‘디지털 위안’라는 빨간색 글씨가 뜨고, 자동으로 ‘디지털위안 앱(APP)’이 다운로드된다.
당첨자가 해당 앱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로그인하면 디지털 위안화 훙바오를 받을 수 있다.
이어 은행의 디지털 지갑을 열라는 안내문이 나온다. 동시에 훙바오가 디지털 화폐로 바뀐다. 화면엔 현금 100위안과 비슷한 모습의 도안이 뜬다. 왼쪽 위엔 중국의 국휘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200위안’이라고 적혀있다. 오른쪽 윗부분에는 중국인민은행, 아래는 디지털화폐 사용 은행의 로고가 적혀있다.
이벤트 참여자들은 신청할 때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4대 국영 은행 중 한 곳을 디지털 위안화 은행으로 지정했다.
은행 마다 디지털 위안화의 색은 달랐다. 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은 빨간색, 농업은행은 초록색, 건설은행은 파란색이었다.
이 지갑이 개통되면 바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디지털 화폐는 받은 시각부터 18일 자정까지 약 일주일간 선전시 뤄후(羅湖)구의 3389개 지정 상업 시설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화폐가 그려진 윗부분을 밀면 ‘지불’ 기능이 나온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고, 본인의 은행계좌로 이체도 안된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베타 서비스’다.
당첨이 되지 않은 이들에게 보낸 문자도 흥미롭다.
“디지털위안 훙바오가 참 향기롭지만, 인원수에 제한이 있어 아쉽다. 디지털위안 외부 테스트 활동에 보내준 전폭적인 지원에 감사드리며 선전 사회주의 선행 시범구 건설에 대한 지지에 감사하다. 낙담하지 말고 다음 활동에도 계속 참여해 달라.”
계속해서 디지털화폐 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란 의미다. 중국은 위쳇페이(웨신즐푸), 알리페이(즐푸바오) 등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보편화하며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어왔고, 세계에서 가장 앞서 디지털 화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중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선전에서 진행된 디지털위안 추첨 이벤트 페이지. 사진=i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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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은 ‘개혁개방 1번지’인 선전의 경제특구 건립 40주년을 앞두고 세계 최초인 법정 디지털 화폐 보급을 위한 대규모 실험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4일 열리는 선전 경제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이 최초의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도입하려는 법정 디지털 화폐는 M1(협의통화)과 M2(광의통화)를 대체하는 성격이다.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민간이 발행한 가상화폐와는 다르다.
인민은행 당국자들은 디지털위안을 우선 소액만 발행해 현금 일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도입할 것이라 언급해왔다.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다. 디지털 결제가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디지털화폐는 큰 이질감 없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를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 질서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국제 무역과 결제 업무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를 적극 이용해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