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빨간 스포츠카는 화성으로 날아갔다(종합)
by방성훈 기자
2018.02.07 17:20:21
민간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발사 성공
64톤 화물 싣고 화성행.."역사상 가장 무거운 화성행 로켓"
머스크의 스포츠카도 탑재.."지구의 인간이 만들었다" 문구
한국 우주산업은 거꾸로..달 착륙선 발사계획도 10년 미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6일(현지시간) 이날 오후 3시 4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39번 발사대에서 민간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가 발사됐다. 로켓 안에는 미국의 전기차 테슬라의 빨간색 스포츠카 ‘로드스터’가 실려 있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몰고 다니던 차였다. 우주선에 실린 스포츠카 운전석엔 머스크 대신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 ‘스타맨’이 앉았고,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 음악이 큰 소리로 흘렀다.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이 자동차의 깊숙한 곳 회로 기판엔 ‘지구의 인간이 만들었음(Made on Earth by humans)’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12월 “우리 전기차를 달을 넘어 화성까지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머스크가 한달 여만에 자신의 말을 현실에 옮긴 것이다.
발사 비용 약 9000만달러, 높이 70m·폭 12m, 적재 중량 64톤의 팰컨 헤비는 지난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이후 반세기 만에 가장 강력한 로켓이다. 목표지점은 화성이다. 역사상 가장 무거운 화성행 우주선의 발사다. 우주여행 실현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인류의 우주 여행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발사가 주목을 받는 건 미국 우주항공우주국(NASA)의 성과가 아닌 ‘민간 기업인’ 머스크 개인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팔콘 헤비의 발사의 성공을 “머스크의 대담한 도전”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사실 머스크도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스페이스X는 지난 10년 동안 무수한 발사 실패를 겪었다. 작년에도 총 12개의 로켓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절반인 6개만 성사시켰다. 지난해 9월엔 ‘팰컨9’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 준비를 하다 엔진가동 시험 도중 폭발하기도 했다. 숱한 실패에도 머스크는 굴하지 않았다.
한국은 영 딴판이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우주항공산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극적이지 않다. 지난 5일 우리 정부는 달 착륙선 발사 계획을 2020년에서 2030년으로 미뤘다. 2019년과 2020년 한 차례씩 쏘려던 한국형 발사체도 2021년에 두 차례로 변경됐다. 그동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우주개발 사업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우주 강국의 꿈’은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2016년 기준 7278억원이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046%에 그친다. 미국의 444억4400만달러(약 48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1.46%에 불과한 규모다. 중국(43억1700만달러, 약 4조7000억원), 일본(32억3500만달러, 약 3조5000억원)과 견주어도 각각 15%, 20%에 그친다. 가뜩이나 작은 예산은 2017년에 6703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축구에 비유했을 때 미국이 프리미어리그라면 한국은 동네축구 수준”이라며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한번 시작하면 10년 단위인데, 5년마다 정책이 바뀌면서 발전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화성에 우주선을 쏘았다고 우리도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잘 찾아내고 일관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