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극단적 상황, 지역 대부분 소멸할 것" 日 석학의 경고

by이지은 기자
2025.07.22 16:59:38

한미연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 도시' 세미나 개최
"日 100년 뒤 대도시 26개뿐…韓 서울 이길 도시 없어"
"저출생·지역불균형 얽힌 문제…'선택과 집중' 필요"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소수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대부분이 소멸할 거라는 일본 인구·지역경제학 분야 권위자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일본보다도 한국의 대도시 집중화는 더 심각할 거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과 도시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구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22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 도시’를 주제로 2025년 제3차 인구 2.1 세미나를 공동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본의 선행 경험을 토대로 합계출산율 하락과 지방 소멸 위기를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인구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운찬 한미연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리 토모야 일본 쿄토대 경제연구소 교수가 22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5 제3차 인구 2.1 세미나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 도시’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이날 발제자로 나선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 경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4321개 도시는 국토 면적의 6%에 불과하나 총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1970년부터 2020년까지의 도시 분포를 분석해 보면 대도시를 향한 집중화가 일어나는 동시에 대도시 안에서는 교외로 면적이 확장되면서 인구 밀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신칸센, 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 IT 기술로 인한 거리 장벽의 붕괴가 이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모리 교수는 “향후에는 자율주행, 물류혁신 등을 통해 작은 도시는 더 빨리 소멸돼 도시 간 거리가 벌어질 것”이라며 2120년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는 일본의 인구가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1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는 2020년 83개에서 2120년 26개로 감소한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발생하는 인구 증가분의 대부분은 대도시로 대부분 흡수될 거라는 전망이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인구는 절반 규모에 국토 면적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지리적 거리를 고려하면 서울과 상권이 겹치지 않는 도시가 없어 서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방 도시가 없다는 게 모리 교수의 진단이다. 다만 강점을 가진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도시와 지방을 활용한다면 미래가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봤다.



모리 교수는 “한국은 일본보다도 극단적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에는 토지 집약적 산업을 특화하고 도시에서는 소비·거주·서비스·혁신 등을 성장시키는 식으로 서울과 지방의 상호호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무리해서 지방에 큰 도시를 만들려 하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2015년 이후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의 82.3%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1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해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균형발전이라는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수도권 집중 현상은 경쟁이 심한 환경을 만들어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구조적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수도권은 인구과밀로 인한 삶의 질 하락에 시달리는 반면, 비수도권은 인구소멸로 삶의 기반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결혼과 출산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결국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게 근본적인 인구위기 대응 전략”이라고 짚었다.

토론자들은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토 공간정책 방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영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저출생과 지역 불균형이며, 둘은 굉장히 얽혀 있어 어느 한쪽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지역에 산업이 조성될 기반이 여의치 않아 하나의 극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실 일극화를 막는 것도 어려운데 지역 균형 발전을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안 맞는 일”이라며 “고령화가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지역을 서울만큼 발전시키려는 건 재정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만큼, 지역적 자산이 남아 있는 곳을 한 군데라도 극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기초지자체의 92%가 인구 데드크로스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서 60여년간 추진해온 기존 균형발전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며 “모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거점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