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22.03.02 19:49:14
경제 신냉전, 기로에 선 대한민국-①한국 외교의 현주소
미·러 사이 균형외교 강조했던 독일
우크라 사태 후 대러 강경노선 전환
韓 '안미경중' '전략적 모호성' 한계
"중간자 위치 버려야 실리외교 가능"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한국이 중간자 위치에서 신냉전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순진한 겁니다.”
미국 워싱턴의 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계 A씨가 본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A씨는 “미·중 갈등은 지정학 위험으로 격상한 지 오래”라며 “한국은 두 나라를 관리하면서 중간자로서 자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다른 워싱턴 소식통 B씨는 2019년 한국 정부가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인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을 때를 떠올리며 “미국 측 인사들은 ‘이번은 넘어갈 테니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B씨는 “언젠가부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다룰 때 한국이 사라졌다”며 “예측이 어려운 냉·온탕 외교의 결과”라고 했다.
워싱턴과 뉴욕에서 보는 한국 외교는 예상보다 변방에 있다. 한국 특유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전략적 모호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신냉전 구도가 확장한 만큼 외교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이 바이든 정부의 이번 대러 수출 통제에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 건 예견됐다는 평가다. 한국은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도,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기밀정보 동맹체 파이브아이즈(Five Eyes)에도 속해 있지 않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을 동맹국이지만 중국과 가까운 나라로 보는 기류가 있다.
뉴욕의 한 정치컨설팅업체 고위인사는 “한국은 (두 진영을 모두 취하려는 기조 탓에) 미국의 이너서클에 끼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앞으로 어떤 외교 기조를 취할지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강경한 변신은 참고할 만하다. 균형 외교를 강조했던 독일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외교 노선을 180도 변경했다. 좌파 성향 사민당 소속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올해부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2020년만 해도 1.4%였다. 신냉전 현실이 균형·실용·중립 외교를 대표했던 독일을 뒤바꾼 것이다.
오픈소사이티재단의 다니엘라 슈와처 유럽·유라시아 책임자는 “숄츠 총리는 독일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뉴욕 외교가 한 관계자는 “독일 사례는 아시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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