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사망 16개월 영아’ 재감정…'학대치사→살인' 혐의 바뀌나

by박순엽 기자
2020.12.23 19:43:21

검찰, 전문 부검의에 사망한 영아 재감정 의뢰
재감정 결과 따라 살인 혐의 적용 가능성 있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10월 발생한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해당 아동의 사망 원인을 다시 살펴본다. 재감정에서 살인 고의가 확인된다면 해당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어머니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엄마 A씨가 지난 11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우)는 최근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숨진 A양의 사망 원인을 재감정해달라고 의뢰했다. 부검의들은 A양 진료 기록과 증거 사진 등을 토대로 명확한 사망 원인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검의들의 의견을 종합해 진상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적절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감정 결과에 따라 검찰은 A양 양어머니에게 애초 적용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A양의 양어머니 장모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장씨는 지난 6월부터 A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지난 10월 A양 등 쪽에 강한 힘을 가해 A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아이 양아버지에 대해선 A양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임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날 A양 몸에 남은 학대 흔적도 공개했다. 부검 결과 A양은 소장과 대장, 췌장 등 장기가 손상돼 있었으며, 복강 내 출혈과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에 따른 복부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A양 온몸엔 장기간 학대의 흔적으로 보이는 골절 흔적과 피하 출혈도 발견됐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남부지검 앞에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아이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A양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최근 남부지검 앞에서 ‘조화 퍼포먼스’를 벌이고, 같은 내용의 청원서도 검찰에 제출했다.

또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16개월 입양아 학대 살인사건 가해자 부부의 신상 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 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고, 이에 한 달 만에 23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 답변 요건을 충족하기도 했다.

A양은 지난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A양은 당시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양 양부모를 피의자로 입건한 뒤 학대 여부 등을 조사해 장씨를 지난달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