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폭풍에 추경 안갯속…5월 국회 빈손 우려도

by유태환 기자
2019.04.30 17:48:08

한국당 "광장서 결사 항전" 장외투쟁 공식화
"패스트트랙 사과 있기 전 등원 논의 부적절"
차기 與원내대표 선거, 대치 정국 분기점 관측
"나경원, 지금 만나주겠나…당분간 협의 난망"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의 회의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독재 촛불’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듭시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의원 동지 여러분, 국회와 광장에서 결사 항전해야 합니다.”(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이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에 성공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30일 패스트트랙 가결에 반발하면서 향후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인사문제로 본회의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시작한 4월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끝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발생한 몸싸움과 고성·막말로 인해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5월에도 국회가 공전을 거듭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당청은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된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조를 연일 촉구하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 마련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지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대한 민주당 사과를 조건으로 요구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대한 한국당의 반발 속에서도 조속한 추경 통과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추경이 통과되면 산업위기 지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 대책 집행이 가능해진다”며 “추경의 조속한 통과와 신속한 집행을 위해 국회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 문제는 1분 1초가 다급하다”며 “추경의 생명은 타이밍이고 그 효과는 처리 속도에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당장 추경 논의는 어림도 없다는 분위기여서 처리 전망 자체가 안갯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제출했던 2017년도와 2018년도 추경안이 모두 45일 만에 통과됐지만 5월 국회도 열리지 못하게 된다면 이번 추경안 처리는 이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다만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피해지원을 위한 약 4조원 규모 추경이 단 사흘 만에 국회를 통과한 적도 있는 만큼 한국당이 심사에만 임해준다면 ‘초스피드’ 통과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민주당도 홍영표 현(現) 원내대표 임기 내에는 한국당과 국회정상화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눈치다.

결국 다음달 8일 열리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정국의 물꼬를 트는 분기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김성태 전(前)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 요구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대치국면을 형성했던 상황도 홍 원내대표 취임 직후 해결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26일 추경 시정연설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당이 합의를 안 해줬다”며 “상황이 이러니 당분간 진척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금 만나주기나 하겠느냐”며 “홍 원내대표 임기 내 협의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와 김 전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함께하면서 형성된 관계였던 만큼 지난번과 같은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후속 대응으로 광화문 천막농성과 지역별 순회 투쟁을 검토하고 있어 정국 경색이 5월 이후까지 장기화할 수도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약 3시간에 걸친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불법이고 원천무효인 패스트트랙 철회를 위한 모든 투쟁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천막을 치게 되면 천막투쟁본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투쟁과정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을 전혀 국정 파트너로 인정 안 하면서 모욕하고 능멸했다”며 “민주당의 사과가 있기 전에 국회 등원 문제나 일정을 논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분간 정국 정상화는 힘들다”며 “하반기까지 대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한국당은 추경도 재난 부분만 국한해서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처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