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다툰 인천 서구의회, 진정 취하…주민 "야합정치 비판"

by이종일 기자
2020.08.03 19:45:49

민주당 3일 기자회견 긴급 취소
정진식·이의상 의원 화해국면
서로 고소·진정건 취하 합의
주민들 "비리 의혹 묵인하나"

이의상(왼쪽에서 3번째) 의원 등 미래통합당 서구의원 5명이 7월28일 구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의상 의원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채용 비리 의혹과 명예훼손 문제로 마찰을 빚은 인천 서구의회 여야 의원들이 며칠 만에 화해화고 의회 정상화의 뜻을 모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덮어주는 꼴이 됐다며 야합정치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 서구의회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서구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구청 브리핑룸에서 자당 정진식 구의원과 서구시설관리공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피소된 이의상 미래통합당 구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히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오전 11시17분께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오전 11시에 예정된 기자회견이 여야간 합의로 인해 취소됐다”고 안내했다.

정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의회에서 만나 명예훼손 고소건과 정 의원의 아내 채용비리 의혹 진정건에 대해 서로 사과하고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두 의원의 화해는 민주당 A의원이 주도해 이뤄졌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불참 의사를 보였고 이의상 의원과의 화해를 제안했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이 이 의원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이 그동안 험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서로 마음을 풀었다”며 “이 의원이 아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나와 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에 대한 수사 진정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서구시설관리공단도 이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건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의원은 “정 의원이 먼저 와서 사과를 했고 정 의원의 아내 B씨도 연희노인문화센터에서 퇴사하겠다고 해 진정건을 취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원은 “이 의원에게 아내가 연희노인문화센터를 퇴사할 것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의 아내가 연희노인문화센터를 퇴사하지 않으면 진정건을 취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정 의원과 이 의원의 고소·진정 사건 취하 움직임에 대해 야합정치라고 비판했다. 서구주민 C씨(52)는 “이 의원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정 의원 아내의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해놓고 미안하다는 말에 진정사건을 취하한다는 것은 비리 의혹을 묵인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구의회의 야합정치로 서구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채용 비리 의혹은 사과했다고 해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경찰에 진정까지 낸 만큼 사실규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의상 의원은 비리가 없는데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도한 것이면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대로 정진식 의원이 채용비리 불법에 가담한 것이 확인될 경우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의상 의원 등 미래통합당 서구의원 5명은 지난달 28일 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식 의원의 아내 B씨가 서구시설관리공단 산하 검암도서관과 연희노인문화센터 계약직으로 채용된 것에 외압·특혜 의혹이 있어 인천경찰청에 진정을 넣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의원은 같은 달 15일 서구의원과 공무원 등 32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의상 의원이 게재한 글을 두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자신과 아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1일 인천서부경찰서에 이 의원을 고소했다. 서구시설관리공단도 이 의원의 허위사실 유포로 공단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찰에 이 의원을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