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위기..“박삼구도 당장 기회 없어”(종합)

by노희준 기자
2017.09.05 19:34:1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추가 가격 인하 협상이 결렬됐다. 채권단 역시 무리한 요구를 해온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는 안건을 결의키로 했다. 안건은 채권단 75%의 찬성을 얻으면 확정되나 ‘헐값 매각’ 시비를 우려하는 채권단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매각 공고 후 1년여를 끌어온 금호타이어 매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가 요구한 가격인하안 등을 여타 채권은행과 논의했다. 채권단은 회의 직후 “더블스타가 추가 가격조정 등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며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하는 안건을 결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오는 8일까지 서면 결의를 받기로 했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더블스타 요구를 받기 어렵다는 기류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매각가를 16.2% 낮춰 종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깎아달라고 요구해왔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을 대표해 고용보장 기한 연장과 국내 투자 확대 등 가격인하에 대한 ‘반대급부’를 얻어내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더블스타는 추가 협상에서 채권단의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금호타이어의 3분기 실적 악화시 1550억원 이외에 800억원을 추가로 가격인하 하거나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요구온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채권단에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하는 안건이 통과되거나 결의일(8일) 이전까지 더블스타의 추가 제안 등이 오지 않는다면 더블스타로의 매각은 무산된다. 사실상 매각이 ‘중단’되는 셈이다. 이 경우 박 회장 역시 당장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를 갖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 회장이 인수 기회를 얻으려면 이번 매각에서 더블스타라는 우선협상자를 전제로 같은 가격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거나 재매각이 이뤄져 다시 입찰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의 선 정상화 후 매각’을 해야 할 것”이라며 “박 회장이 기회를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재매각에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금호타이어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당장 더블스타와의 협상 시한을 감안해 이달 말까지 채권단이 유예해준 1조3000억원의 여신 만기가 돌아온다. 채권단 또다른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박 회장 등 현 경영진 앞으로 유동성 문제 해결, 중국사업 정상화, 국내 신규투자 및 원가경쟁력 제고 방안 등 실효성 있는 자구계획을 오는 12일까지 요구키로 했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가 수용 불가한 방안을 제시할 경우에는 박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절차를 진행하는 안건을 결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우려가 커진 이유는 산업은행이 ‘금호’ 상표권 협상을 애초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박 회장(상표권 사용조건)과 더블스타(가격인하)의 무리한 요구 속에 매각이 공전되는 사이 정치권의 ‘헐값매각’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매각 과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상표권 차액 보전 형태로 최대 2700억원을 금호타이어(더블스타)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 매각가는 우발채무를 보상액(1550억원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번 추가 인하요구를 수용할시 사실상 4500억원으로 반토막 정도로 ‘뚝’ 떨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