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세제개편안에 ‘분배악화 해결’ 대책 추가한다(종합)

by김형욱 기자
2018.06.07 17:58:48

김동연,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 주재
“필요 땐 내년도 예산·세제개편 적극 반영”
文대통령 대책마련 지시 후 첫 장관급 회의
최저임금 언급 없어…靑-기재부 기싸움 봉합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이데일리 김형욱 최훈길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세제개편안에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분배악화 대책을 확대 반영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필요하다면 내년도 예산과 세제개편 과정에 관련 대책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소득 가구에 직접 장려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관련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분배 악화 대책 마련 지시 후 열린 첫 번째 장관급 회의다. 통계청은 같은 달 24일 올 1분위 1분위 월평균 소득(약 129만원)이 큰 폭 하락하면서 분배 상황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 저소득층 소득 향상이었던 걸 고려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1분위를 중심으로 저소득층 소득과 분배 상황 악화에 대해 대안을 만들라’고 지시했었다.

김 부총리는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그에 따른 분배 악화 이유로 도소매업 등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의 업황 악화와 고령화를 꼽았다. 실제 소득이 급감한 올 1분기 1분위 가구 세대주 중 70대 이상 비중은 43.2%로 1년 전(36.7%)보다 6.5%p 급등했다.

김 부총리는 우선 할 수 있는 건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두발언에서 “빠른 고령화와 온라인·자동화 확산과 그에 따른 임시·일용직 위축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상황을 0방치하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실효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단기 대책으로 노인층 소득 보전 방안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경쟁력 강화, 임시일용직 등의 근로 유인 강화를 꼽았다. 김 부총리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률을 낮추고 실패한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등 1분위 가구 특성에 맞춘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부총리는 또 “현 상황은 단기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이란 근본적이고 중장기적 대책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최저임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논쟁이 과열돼 청와대와 기재부의 ‘기싸움’으로까지 비춰지는 현 상황에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기싸움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 부총리와 청와대의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은 기자들에게 “일주일에 두세번씩 만난 현안을 얘기한다”며 우려를 불식하려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김 부총리는 통계청의 분배 악화 발표 전후로 “최저임금은 1만원이란 목표에 연연하지 말고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에 운을 띄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긍정 효과가 90%”라고 밝혔고 홍 경제수석이 이달 3일 이 발언의 근거를 설명하며 청와대와 기재부가 힘을 겨루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후에도 경제계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직자나 자영업자를 뺀 긍정 효과는 무의미하다며 청와대의 발표를 비판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4일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질수록 실직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발표하며 분배 악화와 최저임금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김 부총리가 이날 회의에서 분배 악화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내년도 예산·세제개편안을 꺼낸 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을 불식하자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출장 중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기자단에 “1분기 결과를 놓고 최저임금 영향을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최저임금 (자체)는 분배정책이 아니고 임금 소득에 대한 분배정책”이라며 “가구소득 재분배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다른 정책들이 보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치=K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