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절반’서 핵심 인력 떠났다…“유연 근로·정당 보상 시급”

by김세연 기자
2026.02.05 13:21:49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심포지엄
벤처 47.2% 핵심 인력 이직으로 피해
전체 벤처 생태계 핵심 동력도 감소세
“벤처 혁신성 살리며 근로자도 보호해야”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우리나라 벤처기업 절반 정도가 핵심 인력이 이직해 경영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드는 벤처 생태계 혁신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5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벤처 스타트업의 효율적 근로시간 운용과 일하는 방식 혁신방안’ 심포지엄에서 조주현 중기연 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개최한 ‘벤처 스타트업의 효율적 근로시간 운용과 일하는 방식 혁신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나라 벤처·스타트업 혁신 동력의 감소가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먼저 중기연 조사 결과 벤처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의 47.2%는 최근 3년간 핵심인력 이직으로 경영상 피해를 봤다. 인력 유출로 기업의 혁신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체 벤처생태계로 넓혀 봐도 혁신 역량은 떨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정하는 국내 창업기업 수는 2021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11월 기준 1033개였다.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하는 벤처기업 현황은 지난해 말 기준 3만8598개로 2024년보다는 소폭(382개) 늘었지만 2023년 4만81개 대비 1483개 줄었다.

고성장 창업기업을 뜻하는 ‘가젤 기업’ 수도 감소세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가젤 기업 현황에 따르면 2022년 3329개이던 가젤 기업은 2024년 3114개로 6.5%(215개) 줄었다. 가젤 기업은 매출액·상용근로자 수가 최근 3년 간 10% 이상 증가한 고성장 기업 중 업력 5년 이하인 기업을 뜻한다.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소 수도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자료에서 중소기업 연구소 수는 2022년 4만2525개에서 지난해 3만6953개로 13.1%(5572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원 수도 같은 기간 21만4642명에서 19만2664명으로 10.2%(2만1978명) 떨어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노민선 중기연 중소기업정책연구실 실장은 근로시간 유연성, 성과 공유 등 시대에 맞는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노 실장은 “사회 통합은 매우 중요한 노동 정책의 숙제”라며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상생협력·동반 성장 방안을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생산성을 높이고 그 성과를 근로자에게 공유 또는 보상하는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스타트업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특별 연장근로와 장기간 휴가를 잘 적용해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또 중기연 조사 결과 혁신형 중소기업 연구원의 62.2%가 정당한 보상이 따르면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즉 근로시간 선택권을 넓히고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줄이자는 게 노 실장이 생각하는 정책 개선 방향이다.

이외에도 혁신 벤처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 지원 확대도 혁신 동력을 키우는 방안으로 거론됐다. 구체적으로는 AI 특화형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직업계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AI 활용 교육, AI 특화형 중소기업 계약학과를 확대하는 등이다.

조주현 중기연 원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벤처·스타트업의 혁신성과 유연성을 살리면서 근로자를 보호하고 제도적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늘 논의가 대응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도 “(노동과 근로 관련해서) 여러 관점이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벤처·스타트업은 아이디어 하나 실행 하나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환경이다. 그 속에서 일하는 분들의 건강을 보호하면서도 창의적인 벤처·스타트업의 도전이 제약받지 않도록 노동 정책의 유형, 안정성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