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박정희 우상화 논란..기념우표 발행 결국 무산

by김혜미 기자
2017.07.12 18:26:11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우상화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냐.

우정사업본부의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이 결국 철회됐다. 기념우표 발행 계획은 이미 지난해 확정됐던 사안이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정사업본부는 11일 오후 5시 우표발행심의위원회 재심의 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친 결과 발행철회 8표, 발행추진 3표, 기권 1표로 해당 우표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에서 결정된 내용을 재심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우정사업본부는 중립성을 이유로 심의위원 명단과 회의 장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여부는 출생지인 경북 구미시가 지난해 4월8일 우정사업본부에 요청해 한달 뒤인 5월 말 결정됐다. 기념우표 발행 예정일은 올해 9월15일이었다.

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여부를 재심의하기로 결정한 데는 지난해 심의위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측근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영향이 컸다. 심의위원은 총 17명으로, 우정사업본부 소속 당연직 직원 1명을 제외한 16명은 모두 외부 인사로 꾸려진다. 우정사업본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6월29일 재심의를 전격 결정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본래 우표 발행계획은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며 우정본부는 실행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우표 발행은 제작시 검수와 고증 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전년도에 계획을 잡는다. 한번 발행여부가 결정되면 번복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현직에서 물러난 대통령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된 것은 지난 1980년 2월2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100일 추모 우표가 마지막이다. 당시 우정사업본부 전신이었던 체신부는 서거 100일을 맞아 추모 특별우표를 발행한다고 설명했다. 탄생 기념우표로는 지난 1955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탄생 80주년 우표가 발행된 적이 있다.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순방기념 우표 등을 다수 발행했으나,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로는 취임 기념우표만 발행해왔다.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여부가 결정되기 앞서 구미시와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예정대로 우표를 발행할 것을 주장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12일 오전 우정사업본부 본관 앞에서 ‘전직 대통령 기념우표 하나도 못 만드는 것이 자유민주국가인가’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실시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미 확정된 사안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치적 쟁점으로 키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의했다.

반면 구미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우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구미참여연대는 이날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남유진 시장에 맞서는 1인시위를 펼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인 것은 기념우표 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KIST가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66년 설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버젓이 자리잡고 있던 장영실 동상을 치우고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해 논란이 됐다. 해당 동상은 윤종용 전 국가지식재산위원장과 KIST 출신 인사 모임인 KIST 연우회가 기증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서울 광화문에 기념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밝혀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