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면조사도 불발..朴, 남은 카드는 여론전·하야뿐?

by이준기 기자
2017.02.27 16:05:22

사진=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당국의 대면조사가 최종 불발됐다. 검찰에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끝내 청와대의 공고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끝내 ‘불허’하면서다. 지난해 11월4일 제2차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던 박 대통령은 스스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신뢰에 대한 비판과 함께 ‘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은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이제 박 대통령이 꺼내 들 카드는 장외여론전뿐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2차 담화 이후 같은 달 20일 자신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힘들다”(유영하 변호인)며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이때만 해도 박 대통령이 특검의 대면조사는 걷어차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9일로 합의된 특검의 대면조사를 ‘일정 유출’ 등의 이유로 거부한 데 이어 이후 녹음·녹화 여부를 놓고 장기간 줄다리기에 돌입하면서 제자리걸음만 걸었다. 특검의 수사기간을 하루 앞둔 27일 황 권한대행이 특검의 연장 요청을 불승인하면서 대면조사는 무산됐다.

박 대통령이 검찰·특검 수사를 거부한 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과정에서 오히려 대면조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됐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입증을 위한 고강도 압박으로 나설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자칫 ‘말실수’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의미다. 검찰과 특검이 대면조사 결과를 언론의 흘리는 특유의 ‘여론전’을 걱정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은 결정타였다. 법원이 뇌물공여 혐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게 됐고, 이는 헌재의 탄핵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내부에선 대면조사 카드를 접은 박 대통령이 헌재 출석 카드로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직접 이날 최종변론기일에 모습을 드러내 탄핵소추의 부당함을 직접 호소하며 ‘막판 뒤집기’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였다. 강석훈 경제수석을 비롯한 일부 참모는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을 강하게 건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들도 연일 “할 것은 다할 것”이라며 출석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박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보수 지지층 결집’이나 ‘최종변론기일 연기’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의 공세와 헌재 재판관의 송곳 질문에 ‘결국 망신만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대리인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박 대통령 측 일각에서 ‘아쉽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배경이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 남은 건 ‘장외여론전’ 카드뿐이다. 하지만, 특검 조사와 헌재 출석은 피하면서 편한 여론전을 택했다는 비난이 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는 부담이다. 다만, 내달 1일·4일 잇달아 열리는 태극기집회 등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마지막 기자간담회 등을 타진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일축했으나 헌재의 결정 직전 ‘하야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낼 여지도 남아 있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여론전을 논할 때는 아니지 않느냐”며 “박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묵묵히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