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김학의·버닝썬' 文불호령에 검·경 수장 조직 사활 건 수사 불가피
by이성기 기자
2019.03.18 19:00:38
文,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은폐·특혜 의혹이 핵심"
과거사위, 기존 입장 바꿔 진상조사단 2개월 연장
檢 직접 나설 가능성, 지휘라인 수사 등 조직 홍역 불가피
버닝썬 警, 유착 의혹 등 명운 걸고 진상규명
| 정한중(왼쪽 두 번째)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과 위원들이 18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과거사위 정례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이성기 노희준 기자] ‘고(故)장자연·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버닝썬’ 사건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성역 없는 조사’를 지시하면서 양대 수사기관의 수장이 명운(命運)을 걸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온 두 기관이 이들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민적 신뢰 회복은 물론, 수사권 조정 국면의 주도권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 발족한 뒤 이달 말 활동 종료을 앞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날 △용산 참사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장자연 리스트 등 3건에 대해 활동 기한을 2개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법무부에 건의키로 했다.
과거사위 측은 “김학의 전 차관·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그 동안 진행된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추가로 제기된 의혹 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할 필요가 있다”며 “용산 참사 사건은 지난 1월에야 사건이 재배당된 사정 등을 감안해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애초 활동 기간 연장에 부정적이었던 과거사위가 입장을 바꾼 것은 문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장자연·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검·경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은 이날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된 진상조사단은 두 사건 관련 새롭게 제기된 의혹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과거사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각각 10년 전, 6년 전 발생한 사건인 데다 당시 수사 검찰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외압 의혹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검찰과 달리 수사 권한이 없는 탓에 조사받는 사람이 소환에 불응해도 강제구인조차 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뚜렷했다. 실제 김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의 소환 요구에 연락도 없이 불응했지만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었다.
특히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는 동영상 자료를 검찰로 넘겼다’고 밝히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 ·은폐 의혹 차원을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 등 수사 지휘 라인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은 우선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방침이지만 직접 원점에서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검·경 등 수사기관이 고의로 부실 수사하거나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진상조사단에만 맡겨두기가 어려워진 상황 때문이다.
이럴 경우 관련 사건 최초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뿐 아니라 현직에 있는 당시 지휘라인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해 조직이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유착 의혹으로 번진 ‘버닝썬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경찰 역시 가시방석이긴 마찬가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역대 최대 규모인 126명의 합동수사팀을 꾸려 사활을 걸고 수사하고 있지만, 총경급 간부의 유착 비위가 드러나는 등 수세적인 처지에 몰렸다.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수사를 의뢰한 이번 사건을 일단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신응석)에 배당했지만 직접 수사에 나서지는 않기로 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괜히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며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 지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꽃놀이패’를 쥔 상황에서 우선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사건 송치 후 보강 수사를 강도 높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 제보자인 방정현 변호사가 권익위에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록과 동영상, 사진 등 증거 자료 원본을 갖고 있는 검찰은 경찰의 협조 요청이 오면 제공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