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얼어붙는다'…美 1월 소매판매 0.8%↓(종합)
by김상윤 기자
2024.02.15 23:20:07
월가 예상치 보다 크게 밑돌아
연말 소비 고려하면 감소 불가피했지만…
美경기 뒷받침한 소비 악화 신호 해석
"연준 금리인하 카드 테이블 위에 올릴수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소비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쇼핑 시즌 이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셈이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8% 감소한 700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다우존스가 설문조사한 경제학자들의 예상 증감율은 -0.3%였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13개 분야 중 9개 분야에서 감소세를 보였으며, 건축 자재 매장과 자동차 판매 감소가 주를 이뤘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6% 감소해 예상치(0.2% 증가)를 훨씬 밑돌았다.
전월 연말 쇼핑 시즌에 미국인들이 지갑을 활짝 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소매판매 감소가 불가피했지만, 예상보다 하락폭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가계지출이 악화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했던 것은 탄탄한 소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지난해 4분기 역시 소매판매가 2.8%나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 3.3%(연율기준)나 오르기도 했다. 소매 판매는 미국 전체 소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매판매가 계속 악화할 경우 연방준비제도가 다시 조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경기 하락세가 빠를 경우 ‘피벗’(긴축정책서 전환) 타이밍을 놓치면 자칫 경기침체에 빠질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필 올랜도는 “예상보다 부진한 소매판매는 경기와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채권이 강세를 보일 수 있고, 연준이 첫 금리인하 논의를 조만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소매판매가 약세를 보인 것은 한달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기침체 가능성을 보려면 몇달치 데이터가 더 쌓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더 많은 데이터를 계속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