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세월호 침몰 전 급변침, 솔레노이드 고장 가능성 낮아"

by손의연 기자
2020.11.26 17:03:03

"두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 모두 가능성 낮아"
"선원 진술 달라 긴급행위 등 추가 조사 필요"

[이데일리 손의연 정병묵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의 급변침 원인으로 지목된 ‘솔레노이드(전자) 밸브’ 고장 문제가 참사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다.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급변침의 원인으로 꼽히는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참위는 26일 전남 목포 신항만에서 ‘세월호의 전타(선박의 방향키 각도를 바꾸는 것) 선회현상 등에 대한 모형시험’ 중간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세월호 조타장치 제조사인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에 설계도면을 확인하며 똑같은 모형을 제작해 방향타의 움직임을 검증했다.

지난 2018년 세월호 우현 급선회 원인으로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가능성이 제시됐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2018년 7월 해산)는 인천행 타기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돼 있다고 확인했다.

배가 운행 방향을 바꾸는 원리는, 조타실에서 자동차 핸들과 같은 조타장치를 움직이면 타기장치(방향타를 가동하도록 하는 유압 장치)를 거쳐 물 밑의 방향타(러더)를 움직이는 것이다. 이때 조타장치에서 타기장치로 신호를 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가 솔레노이드 밸브다.

당시 선조위 위원 6명 중 3명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으로 방향타가 우현으로 각도를 바꿔, 조타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이 우현 급선회의 원인이라며 ‘내인설’을 주장했다. 나머지 3명은 선체 내부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사참위의 이번 중간 조사 결과는 2018년 선조위 조사 결과인 ‘내인설’을 뒤집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사참위는 밸브 고장으로 방향타가 우현이 아닌 좌현 8도로 돌아가 있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인천행 타기장치 1대만 사용한 경우 △인천행·제주행 타기장치 2대를 동시 작동한 경우를 특정했다. 세월호의 타기장치를 가동하는 모터 펌프는 제주행·인천행 2세트다. 제주를 갈 때는 제주행 펌프만, 인천을 갈 때는 인천행 펌프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두 대를 동시 가동한 경우까지 시뮬레이션 한 것.

사참위 전원위원회는 첫 번째 경우의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첫 번째 경우가 가능하려면 선원들이 제주행 타기장치를 작동시키는 긴급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선원들은 긴급행위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참위 관계자는 “긴급행위를 했다면 선원들에게 유리한 진술이 될 수 있는데도 부인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경우는 조타수가 우현전타 행위를 한 것으로 이땐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발생하지 않아도 되며 정상 작동하고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사참위는 향후 인천행 타기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시점과 선원들의 고의·과실에 의한 우현전타 여부 및 긴급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참위 관계자는 “세월호의 우현 급선회 원인뿐 아니라 급격한 좌현 횡경사의 원인 및 급속한 침수의 원인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합해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