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을 둘러싼 논란 3가지

by김재은 기자
2018.11.22 18:20:00

에피스 지배력 누구에게 있나
콜옵션 부채 누락..삼성물산에 유리?
‘내부참고용’ 삼바 기업가치 보고서 논란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 고의적 회계처리위반(분식)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삼바 측은 정면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 등에서는 삼바 기업 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삼성물산(028260) 합병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삼바의 분식을 둘러싼 핵심 논란 3가지를 짚어봤다.

먼저 금융당국(증선위)은 삼바가 2015년 재무제표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며 4조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으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실질 지배력 유무를 기준으로 연결, 지분법을 구분한다. 실질 지배력이 있다면 연결로 반영해 자회사 자산을 100% 가져오게 된다. 실질 지배력이 없다면 보유지분만큼 비율대로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지배력 변동이 생겼을 경우다. 지배력이 있다가 소멸될 경우, 반대로 없다가 생긴 시점에만 보유지분 가치만큼 공정가치(시가) 평가가 허용된다. 그외 시가평가는 허용되지 않는다.

삼바는 2015년 실질 지배력 변동이 생겨 지분법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에피스를 지분법(실질 지배력 없음)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2015년 연결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하며 4조5000억원의 공정가치를 반영한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실질지배력 유무는 통상 주주총회에서 과반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는지, 주총에 실질적 힘이 없다면 이사회 의사결정을 따져 판단한다. 삼바는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했고, 미국 바이오젠은 15%를 가졌다. 삼바는 대신 바이오젠에 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했다. 에피스 이사회는 삼바 3명, 바이오젠 1명으로 구성됐으나 주요 의사결정은 반드시 만장일치나 바이오젠 동의가 필요했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삼바 케이스는 관계사가 아닌 50대 50 공동지배로 처리해야 한다”며 “관계사든, 공동지배든 지분법으로 평가한다는 측면에선 같다”고 설명했다.

유사사례로 현대오일뱅크가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프랑스 쉘과의 합자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관계회사)으로 변경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애초 실질지배력이 없다고 판단, 시가평가 없이 과거 재무제표를 소급적용해 지분법(60%)만큼만 반영했다. 금감원과 증선위는 회계처리 변경을 이유로 현대오일뱅크에 대해 경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두번째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삼성물산 합병과 삼바 분식의 연관성 여부다. 금융당국은 삼바의 회계처리에 관해 재감리를 진행했고, 삼바의 에피스 지배력에만 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7월에 이뤄졌고, 삼바의 상장은 2016년 11월에 진행됐다. 애초 삼성물산과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참여연대 등에선 삼바의 가치 부풀리기가 삼성물산 합병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삼바 측도 “회계변경이 없더라도 2016년 상장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바가 2015년 회계만을 지분법으로 변경하고, 2012~2014년은 연결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논란은 여전하다. 통상 회계기준 변경시 과거 재무제표도 소급적용해 일괄 변경하는 게 일반적이다.



원칙 중심의 IFRS에서 지분법을 적용한 관계사가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장부가(투자금액)만큼만 반영을 한다. 그 이상 손실은 0으로 처리하는 유한책임이다. 대신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바이오젠에 부여한 직후 기말부터 콜옵션(파생상품)에 대한 시가평가도 했어야 한다.

IFRS에선 다만 콜옵션(파생상품) 행사 가능성이 명확하다면, 지분법 주식과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파생상품이 궁극적으로 행사가 가능하다면 아예 지분법 주식을 평가할 때 반영하게 돼 있다”며 “다만 이부분 역시 콜옵션을 가진 쪽(바이오젠)의 회계처리시 명확한 부분이고, 부여한 쪽(삼바)에서 이렇게 반영할 수 있는지는 회계기준서에도 명확치 않다”고 덧붙였다.

만약 지분법과 콜옵션을 각각 평가할 경우 자산은 0에 수렴했는데, 파생상품 부채가 많아 삼바가 자본잠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바는 2015년 지분법으로 변경하며 에피스를 시가평가로 전환, 4조8806억원을 계상했다. 2014년까지는 2905억원을 반영하던 에피스 가치가 2015년 4조5000억원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시기에 누락해오던 콜옵션 부채 1조8000억원도 반영했다.

참여연대 등은 삼바가 2012~2014년 콜옵션 부채를 고의로 누락, 삼바 가치를 부풀려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전 삼바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은 삼바 부풀리기로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0.35대 1)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에 대해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융감독원과 증선위가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지막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전 회계법인에 의뢰한 삼바 기업가치 산정 보고서에 대한 논란이다. 두 회계법인은 삼바 가치를 8조원대(안진 8조9360억원, 삼정 8조5640억원)로 추정했는데, 이는 당시 증권사 기업가치 추정 평균값과 비슷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료가 내부 참고용이 아닌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근거로 쓰였다고 주장한다.

특히 박 의원의 4대 회계법인이 증권사 리포트 수치를 단순 합산하고 평균해 기업가치를 평가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금융위는 “기업 내부 참고용 보고서는 계약당사자간 합의된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고,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외부 공표가 의무화된 보고서의 경우 내용에 대한 적정성 검증을 엄격히 거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부 참고용 보고서가 국민연금에 전달됐고, 국민연금이 이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옛)삼성물산이 주요주주(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게 서비스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보고서를 국민연금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없고, 외부에 공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시 적정가치 산출보고서를 쓴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은 해임됐다.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심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이때문에 금융당국과 삼성 측의 잇단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삼바 분식 문제는 삼성물산 합병의 적정성 논란으로 옮겨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