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막힌 추경안, ‘군산 통영 거제 지원’ 신의 한수?

by김미영 기자
2018.04.09 17:24:46

9일 李총리 국회 추경 시정연설 무산… 국회 파행에 추경안도 표류
‘군산’ 고용위기지역 포함에 평화당부터 ‘변화’ 움직임
한국당·바른미래 반대하지만… 선거 전 지역민심 눈치에 ‘주고받기’ 협상 가능성

9일 정례회동을 가진 여야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개헌안, 방송법안 처리 공방 등에 국회가 파행되면서 3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논의 역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9일 예정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시정연설이 무산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추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군산 등 고용위기지역 6곳 지정이 추경안 처리의 키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후 2시 이 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가 앞서 조찬회동,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 오찬회동을 잇달아 가졌지만 개헌안 등 쟁점들에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선 까닭이다.

여야는 4월 임시회 의사일정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추경안 시정연설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께서 총리의 시정연설을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회의 시간을 늦췄지만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에둘러 국회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이후 편성해서는 추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에서 의결되고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추경안 처리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정부의 추경 편성 시기와 내용 모두 잘못됐다는 게 두 야당의 입장이다.

두 당은 6.13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기에 추진되는 이번 추경을 ‘지방선거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올해 예산 집행을 시작한 지 불과 한두 달밖에 되지 않은 이 시점의 추경은 누가 뭐래도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용 추경이라는 걸 만천하가 다 안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재천명했다.

내용상으로도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인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국민세금으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허구이며 환상”라며 “소득주도 아닌 세금주도 성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추경안 처리 가능성이 국회 제출 전보다는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개된 ‘일자리추경안’에 고용위기지역 6곳 지정 및 지원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지엠(GM)의 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과 조선업 위기 여파를 맞은 거제와 통영시, 고성군, 창원 진해구 등 6곳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전체 추경 3조9000억원 중 2조9000억원은 청년일자리 대책에 쏟지만, 나머지 1조원은 이들 지역의 구조조정·업종 대책에 투입된다.

추경안에 부정적이었던 민주평화당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도 군산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저희는 근본적으로 추경은 반대”라면서도 “호남 추경을 먼저 고려한다면 추경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여지를 뒀다.

현재 6개 지역의 의원들이 모두 한국당, 바른미래당 소속이라는 점도 정부여당이 내심 기대를 거는 대목이다. 선거를 앞두고 더욱 지역민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의원들이 당의 공식적 추경안 반대 입장과는 달리 내부에서 필요성을 설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군산 지역의 김관영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긴급한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별도 추경을 편성할 게 아니라 본예산의 예비비로 하면 된다”며 “일자리 예산과 묶어 끼워팔기해서 반대하기 어렵게 만들어 통과시키려는 건 옳지 않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기어코 반대해도 평화당과 정의당이 찬성한다면 추경안 통과는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121석에 ‘평화와 정의’ 20석 그리고 평화당과 뜻을 함께 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석, 무소속(이용호·손금주) 2석, 민중당 1석 등 총 147석으로 전체 293석 중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세금을 다루는 주요사안인 만큼, 정부여당에서도 끝까지 야당을 설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야당 한 관계자는 “주고받기가 더 이뤄져야 한다. 야당에서 원하는 무엇을 더 내주면서 딜을 해야지, 지금으로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의 시간표인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전에 추경안 처리를 마무리짓기 위한 물밑협상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